111년 전통의 도쿄(東京) 쓰키지(築地)의 빵집 ‘기무라야(木村家·왼쪽 사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침 7시 문 열기가 바쁘게 인근 주민은 물론, 긴자(銀座) 및 쓰키지 일대를 찾은 관광객들로 줄이 늘어서던 곳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즐겨 먹었다던 기무라야의 단팥빵은 소박하면서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매력을 자랑했다.

폐점 이틀 전인 지난 15일 오전 찾아간 가게는 단골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기무라야의 4대 운영자 우치다 슈지(內田秀司) 점주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마지막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도내 거주 하시모토 가오리(橋本香里)는 “어린 시절 쓰키지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 주시곤 했던 맛이다.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지난해 4월 20일에는 152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긴자 가부키자(歌舞伎座) 앞 도시락 전문점 ‘고비키초 벤마쓰(木挽町辨松·오른쪽)’의 불이 꺼졌다. 하얗게 센 머리를 깊숙이 숙인 이카이 노부오(猪飼信夫) 사장은 “152년을 이어온 벤마쓰가 오늘부로 폐점하게 됐다”며 눈물을 삼켰다. 후계자 부재 문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5대째를 이어 지켜온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내리고 있는 긴급사태 선언 탓에 긴자와 쓰키지로 향하던 사람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도시의 공허함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텅 빈 거리. 과거 모던을 상징하던 품격 높은 거리에서 근래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집결로 다양한 계층에서 사랑받던 도쿄의 자랑이었다. 관광객 의존도가 컸던 매장들은 값비싼 임차료를 견디지 못해 속속 자취를 감췄고, 오랜 세월을 이겨낸 가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애초부터 올림픽을 의식해 코로나19 대응에 소홀했던 일본 정부는 확산이 본격화하자 수차례에 걸친 긴급사태로 일본 국민의 일상을 통제해왔다. 잡히지 않는 수습 국면에 국민의 피로감은 커져 갔고, 반복되는 선언으로 경계심은 낮아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은 백신 접종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인구 대비 백신 2차 접종 완료율은 6% 정도로 선진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우편으로 발급되는 ‘접종권’이 집으로 도착해야만 백신 예약이 가능한 아날로그 방식 탓에, 젊은층은 언제쯤 백신을 맞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상황 속에 10일에는 긴급사태선언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음식업계 18개 단체가 모여 ‘외식산업 붕괴 직전’을 외치며 들고 일어났다. 기업 전반이 느끼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 및 관련 생산업자, 납품업체 등은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 수 누계는 약 10만6000명. 올림픽이 경기 부흥으로 이어진다면야 다행이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함께 어우러져 웃고 소리 내 응원할 수 없는 올림픽이다. 생업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은 관객 욕심까지 내며 ‘올림픽만 특별 취급’하는 스가 정권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는 “패배가 불 보듯 뻔한데도 태평양전쟁으로 돌진하던 80여 년 전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최지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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