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에스큐브에 입주한 창업기업 ‘별 따러 가자’가 자체 개발한 모션센서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자계측장치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 기업은 오토바이 등 소형 탈것에 영상정보가 아닌 모션센서 기반의 블랙박스를 부착해 불법 운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관제 시스템 ‘라이더로그’를 개발했다.  서대문구청 제공
올해 초 에스큐브에 입주한 창업기업 ‘별 따러 가자’가 자체 개발한 모션센서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자계측장치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 기업은 오토바이 등 소형 탈것에 영상정보가 아닌 모션센서 기반의 블랙박스를 부착해 불법 운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관제 시스템 ‘라이더로그’를 개발했다. 서대문구청 제공
꿈을 키워주는 청년정책 ‘신촌벤처밸리’

54개기업 13억원 투자금 유치
88개 지식 재산권 등록 성과
‘여행상품 플랫폼’ 조원일 대표
“임대료 70만원 줄어 큰 도움”

‘창업꿈터’1,2호엔 20개 입주
‘키움식당’18개중 2개팀 창업


감리교신학대·경기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명지대·명지전문대·서울여자간호대·연세대·이화여대·추계예술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이들 9개 학교의 공통점은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서대문구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청년층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대문구 내 19~34세는 전체 31만2173명 가운데 7만5471명(24.2%)에 달한다. 서대문구가 ‘청년이 주도하는 혁신,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지역’이 된 이유다.

신촌이 청년 창업가의 도전 장소로 거듭나도록 각종 토대를 구축한 ‘신촌벤처밸리’는 청년 정책에 대한 서대문구의 철학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그 가운데 ‘에스큐브’(S3)는 청년 사업가의 기업가 정신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2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에스큐브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공모에 선정된 연세대가 운영한다. 창업기업에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교육과 자금 수주, 멘토링 등을 지원해 성장 궤도에 올리는 게 에스큐브의 역할이다. 지난해 6월 선정된 54개 창업기업은 8억60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12억8000여만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특허출원과 상표등록 등 88개의 지식 재산권을 등록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에스큐브는 ‘새싹 기업(Start up)이 시작(Start)되는 신촌(Sinchon)’이란 슬로건 앞의 철자 ‘에스(S)’와 세제곱을 뜻하는 ‘큐브’가 합쳐진 말이다.

1인 여행객을 위한 투어 상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창업해 지난해 에스큐브에 입주한 조원일(26) 트립소다 대표는 “이곳에 오기 전에 공유 오피스를 이용했는데 한 달 임대료만 70만 원이었다”며 “사무실을 지원받아 고정비를 줄여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창업에 전문성을 지닌 교수님이 상주해 언제든 조언을 얻을 수 있어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 퍼플패퍼를 운영하는 이동은(25) 소타랩스 대표는 에스큐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입지를 꼽았다. 또 그는 “대표로서 팀원과 나누기 어려운 고민을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 나누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지역 상권, 문화 등을 포괄하는 ‘종합형’으로 서울시 캠퍼스타운에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엔 서대문구의 에스큐브 부지 지원이 있었다. 종합형은 학교 밖에 창업지원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김준원 연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사무국장은 “구가 창업시설 부지를 제공하며 대학교와 협업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흔치 않다”고 짚었다. 에스큐브 건물은 옛 창천노인복지센터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4개 층에 개별 창업 공간 20개, 공용 공간,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창업꿈터’(꿈터)는 사무 공간에서 주거도 가능하다. 낡은 건물을 손봐 만든 꿈터는 청년 창업자에게 주거가 가능한 독립형 사무 공간을 최장 2년간 임대료 없이 제공한다. 2017년 모텔을 리모델링해 만든 1호점에는 7개 기업이, 지난해 고시원을 탈바꿈시킨 2호점에는 13개 기업이 입주했다. 꿈터도 창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창업 계획부터 사업화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 비건 베이커리 사업으로 13억 원대 누적 매출을 기록한 ‘더브레드블루’, 지난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3개 투자사로부터 총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식물성 대체육 개발 기업 ‘디보션푸드’ 등이 이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 100억 원대 매출을 현실화한 ‘스타스테크’가 꿈터 졸업생이다.

신촌박스퀘어 내 ‘청년키움식당’은 외식 분야 예비 창업자들의 놀이터다. 서대문구는 매장 두 곳을 무료로 내줘 예비 창업자들이 임대료 부담 없이 메뉴에 대한 시장 반응과 그에 따른 사업화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청년키움식당에는 공모를 거쳐 선발된 총 12개 팀이 1∼2개월씩 각각 스무디 볼, 두부 브리또, 비건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개 팀이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했는데, 그중 베지베어와 청키파이는 신촌박스퀘어 2층에 입점해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신촌 스타트업 청년주택’은 주머니가 얇은 청년 창업가들의 주거 안정을 꾀하기 위해 짓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300m, 이대역에서 600m 거리에 위치한 이 청년주택에는 총 154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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