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16일 첫 해외 순방으로 전통적 동맹인 유럽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발 전 순방 목표를 “동맹을 강화하는 것, 러시아와 중국에 미국과 유럽의 유대가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 중 시선을 끈 건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과 연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유럽에 러시아는 직면한 위협이지만 중국은 물리적 거리상 군사적 위협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유럽을 설득해 대중 견제 노선에 동참시키는 걸 목표로 세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은 사전에 공언한 대로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동성명에 중국을 비판하는 문안을 넣는 성과를 얻어냈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신장(新疆) 소수민족 강제노동, 홍콩 민주주의 탄압, 대만 무력 압박, 남·동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 등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을 내년 정상회의에서 채택하기로 했다.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위해 17년간 이어진 유럽연합(EU)과의 항공기 관세 분쟁을 5년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한 ‘열린 사회’ 성명에 포함시켰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년 내에 중국 견제용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또,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나토 역량 확대를 위해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과의 협력 강화를 명시했다.
일본·호주·인도와의 4개국 협의체(쿼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쪽에서 진행하던 대중 견제 전선을 유럽으로 확대함으로써 동과 서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나선 셈이다. 여기에 향후 민주주의 국가들을 한데 묶어서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G7 정상회의에서 굳이 한국 등을 중국을 겨냥한 게 분명한 ‘열린 사회’ 성명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G7 정상회의에 초청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인정하는 대신 위상에 맞는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대전략으로 진행된 외교전에 억지로 눈을 감으면서 G7 정상회의 초청 자체를 성과라며 사탕발림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을 비판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 견제용인 ‘열린 사회’ 성명 참여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사실상 G8 자리매김’(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라고 자랑해놓고 회의 결과에 대해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을 자인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표리부동한 외교로는 동맹국에는 불신을, 적대국에는 무시를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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