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부고가 뒤늦게 전해졌다. 현실 정치부터 책·지성·우주·뇌·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사유를 풀어내 온 그는 움베르토 에코, 이어령과 함께 당대 르네상스적 지식인으로 불려왔다. 그의 별세 소식에 국내 출간 목록을 찾아보니 1996년 ‘뇌사’를 시작으로 26권이 나왔다. 교보문고에 의뢰해 판매량 베스트 5(2003년 이후 누적)를 뽑아보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지식의 단련법’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읽기의 힘, 듣기의 힘’ 순이었다.
이 중 ‘잇북’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다. ‘고양이 빌딩’으로 알려진 지하 2층, 지상 3층의 서재를 둘러보고 그곳에 꽂힌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다치바나의 인생과 책 이야기이자 개인을 넘어 시대의 지적 풍경이 다.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인다. 책등을 보기만 해도 내가 그 책을 사서 읽었던 시기의 추억이 잇따라 되살아난다.” 이런 말도 했다. “좋은 책일수록 텍스트나 콘텐츠 이상의 요소가 독자적인 자기표현을 하는 종합 미디어다. 이 구조가 계속되는 한 종이책의 세계가 끝나는 날은 아직 멀었다.”
2016년 이 책 출간 당시 고양이빌딩에는 20만여 권이 쌓여 있었으니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엔 더 많은 책이 보태졌을 테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 속 건물 전체에 읽은 책, 읽고 싶은 책, 언젠가 읽을 책을 쌓아두는 일이라면 아마도 그가 마지막 세대일 것 같다. 다치바나와 그가 사랑한 보통명사 책에 경의를 보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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