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플로리다 12층 아파트 붕괴
새벽 1시30분 굉음내며 날벼락
실종 많아 사망자 급증 가능성
파라과이 영부인의 동생도 포함
플로리다 주지사 긴급사태 선포
“20년전 붕괴 조짐 있었다” 주장
고요한 새벽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해변으로부터 약 3마일, 시내로부터 약 10마일 떨어져 있는 챔플레인 타워사우스 아파트 일부가 붕괴했다. 중앙 부분이 먼저 무너지고 9초 후 나머지가 붕괴하면서 약 30초 만에 해변 쪽 귀퉁이가 모두 주저앉았다. 건물 벽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리면서 침대, 탁자 등 거주자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훤히 드러났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전선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이 사고로 전체 136가구 중 최소 55가구가 피해를 보면서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미 abc방송이 보도했다. 거주자 중에선 102명의 소재가 확인됐지만, 여전히 99명 이상이 행방불명 상태며 700건이 넘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자 3분의 1이 외국인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르헨티나 국적 9명, 파라과이 국적 6명,콜롬비아 국적 6명 등 남미 출신이 총 28명이었으며, 한국인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라과이인 중에는 이 건물 10층에 살고 있던 영부인 실바나 로페스 모레이라의 여동생과 그녀의 남편, 세 자녀 등 5명이 포함됐다. 영부인은 즉시 플로리다행을 결정했고, 마리오 아브도 파라과이 대통령도 이틀간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카운티 당국은 당시 이 건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80여 명의 구조대원은 한 번에 10∼12명씩 팀을 꾸려 진입을 시도하며 밤샘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한 차례 화재가 발생하면서 작업 속도가 더뎌졌다. 수색견과 드론을 동원한 수색 작업 끝에 이날 오후까지 어린 소년과 다리가 잘린 여성 등 2명을 포함한 37명을 구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사고 전반을 살피고 있다”면서 “요청이 오는 대로 즉시 연방정부의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알렸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사고 발생 후 17시간이 지난 오후 6시쯤 이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1981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건설 40년을 맞아 안전성 허가를 위한 재인증 절차를 막 시작한 상태였으며, 한 달 넘게 지붕 공사를 포함한 대대적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W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지붕 공사가 아닌 싱크홀이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플로리다국제대 지구환경대학의 시몬 브도빈스키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건물은 1993∼1999년 사이 연간 2㎜씩 침하하며 붕괴 조짐이 이미 나타났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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