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대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2022년 제도 정치권에 발을 디딘 지 10년이 된다. 안 대표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자료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대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2022년 제도 정치권에 발을 디딘 지 10년이 된다. 안 대표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자료사진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과정서 중도 확장성 드러내며 ‘吳 당선’ 큰 힘… 安 지지세력 재확인
함께했던 민주당 부정하고 3~4년 주기로 합당 협상… ‘일관성 없다’ 비판받기도
현역의원 3명 불구 국민의힘 상대로 당명변경 요구… 일각선 “불가능한 주장, 합당의지 있나”
코로나 방역현장 뛰어들고 의사로서 AZ백신 접종… ‘솔선수범’ 평가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는 2022년 열리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범야권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2022년은 제도권 정치를 시작한 지 10주년이기도 한 해다.

안 대표의 주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그리고 국민의당 등 현 정권에 맞서는 정치 세력이 모여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뒤 안 대표는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함께 놓아 가겠다”며 지원 유세를 펼쳐, 야권 통합에 관한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과의 합당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협상에 돌입하자마자 당명·노선 변경 등을 동반하는 ‘신설 합당’을 요구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안 대표는 합당 공약은 지키되, 야권의 한 축으로서 자리는 지켜내는 리더십 발휘를 당 내외에서 요구받고 있다.

◇중도 확장성 확고=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재기할 수 있는 길은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등 야권의 쇄신 분위기를 타고 올라가는 데 있다”며 “야권 전체가 정권 교체를 위해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자기 역할을 찾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야권 통합에서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부각해 안 대표가 야권 통합 기수 역할로 재기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안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은 오 시장 당선에 큰 도움이 됐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 상당수가 서울시장 보선 당시에는 반문재인 성향을 보였으나, 보수 이미지가 강한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투표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야권에 팽배했다. 오 시장 본인도 중도 확장성이 다른 국민의힘 후보보다는 높았던 데다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을 통해 중도층 공략이 더 원활해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를 ‘중도의 지지를 받는 보수 후보자’라고 표현했다. 이를 통해 안 대표는 자신의 지지 세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안 대표는 이달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에 돌입하자마자 통합 야당은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이는 협상 대상도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중도·실용 등 키워드를 중심에 둠으로써 통합 이후 야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 또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년을 버틴 생존 능력=안 대표는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권에서 10년째 독자 세력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른바 제3 지대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정치인”이라며 “기호 1번이든 2번이든 달고 선거를 치르면 승산이 더 컸을 때도 자기 원칙을 유지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제도 정치권에서 거대 양당이 아닌 제3당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던 정치인은 안 대표가 유일하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확보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이 같은 정치 생명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으로, 안 대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와 1대1 가상 대결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수는 3명에 불과하다. 102명에 달하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당명 변경을 동반하는 신설 합당을 요구하고 있다. 승부수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무리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요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합당 의지가 이전까지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결단력=결단력은 안 대표의 생존 능력을 뒷받침한다. 안 대표가 지난 2월 “정치인이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을 용의가 있다”고 나섰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AZ 안전성 논란과 관련,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 우선 접종론’이 들끓었고 이에 여권은 ‘대통령이 실험 대상인가’라며 반발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후 안 대표가 4·7 재·보선 와중 방역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에 뛰어들었던 모습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백신프로그램 개발자이기도 했던 안 대표는 자신이 개발했던 프로그램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잦은 이합집산은 부담=안 대표가 말하는 중도·실용 노선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안 대표는 2014년 민주당과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지만 친문(친문재인) 세력과의 갈등 끝에 당을 떠났다. 2018년에는 바른정당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만들자마자 내홍을 거듭하다 갈라섰다. 3∼4년 주기로 합당 협상을 벌였는데 한 노선을 견지한 정치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과거 안 대표와 같은 길에 있던 인사 중 지금까지 안 대표 곁을 지키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안 대표를 지지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안 대표 자신이 함께했던 민주당을 지금은 전면 부정한다”며 “민주당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 대표가 한 길만 걸었던 것도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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