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음악 축제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26∼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앞 88잔디마당에서 하루 약 4000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대면으로 열렸다. 27일 오후 늦게 소나기까지 뿌렸지만 관객들은 우의를 입은 채 끝까지 공연장의 열기를 즐겼다.
야외 음악 축제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26∼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앞 88잔디마당에서 하루 약 4000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대면으로 열렸다. 27일 오후 늦게 소나기까지 뿌렸지만 관객들은 우의를 입은 채 끝까지 공연장의 열기를 즐겼다.

■ 코로나 이후 첫 대규모 대면 콘서트 ‘뷰민라 2021’

이틀간 8000명 관객 모였지만
신속키트 통해 전원 음성 확인
철저한 거리두기 속 공연 열기
뜨거운 박수로만 갈증 풀면서
소나기에도 자리 안뜨고 응원


27일 오후 6시 5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 앞 88잔디마당. 음악 축제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뷰민라)’ 페스티벌 이틀째 공연의 출연자 엔플라잉이 등장하자 열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앞서 호피폴라 공연까지 비교적 조용하게 감상하던 관객들은 잔뜩 구름 낀 하늘에 땅거미가 지고 밴드의 비트가 강렬해지자 앉은 자리에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함성과 ‘떼창’ 없이 연신 박수만 울려 퍼지는 ‘소리 없는 아우성’.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실로 1년 8개월 만에 탁 트인 야외 공연장에서 마주한 뮤지션과 4000명의 관객은 더없이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엔플라잉이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한 것이 얼마만이냐”며 목소리를 한껏 높이자, 관객들은 환호 대신 박수로 호응했다. 박수가 좀 아쉬운 팬들은 자리에서 어깨춤으로 리듬을 타고 일부는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물결을 일으켰다. 모든 좌석이 바둑판처럼 철저하게 거리 두기를 했으나 피크닉존의 2인석 가로, 세로 1.2m 돗자리 안에서의 응원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객 수 제한으로 모든 콘서트가 중단된 후 처음 열린 대규모 대면 콘서트. 하루에 4000명씩 이틀간 8000명이 모였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이번 공연에 도입된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이번 공연에 도입된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
대면 콘서트가 성사되기까지 방역과 관련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됐다. 우선 주최 측은 케이스포돔을 방역센터로 만들고, 수천 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를 적용했다. 진단키트는 침을 묻혀 즉석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 기자도 타액을 키트에 묻힌 후 잠시 기다리니 음성을 나타내는 빨간색 줄 하나가 표시됐다. 관객들은 전자출입명부(QR체크인), 발열 체크, 진단키트를 통과한 후 ‘검역 완료’ 손목밴드를 받아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을 준비한 엠피엠지의 서현규 이사는 “해외 공연 사례를 참조해 검역 방법을 찾다가 진단키트를 도입하게 됐다. 공연장뿐 아니라 케이스포돔까지 방역센터로 대관을 한 터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사실 적자가 우려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 콘서트 개최의 방법을 개척한다는 책임감으로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을에는 좀 더 큰 규모의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플라잉 공연 후에는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밴드 데이브레이크와 소란의 무대가 이어졌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후 7시 반부터는 소나기까지 내렸다. 공연 관람이 불편할 법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미리 지급받은 빨간색 비닐 우의를 꺼내 입었다. 코로나19도, 거센 비도 대면 콘서트에 목마른 관객의 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데이브레이크는 “진짜 (여러분이) 보고 싶었다. 어제부터 잠도 안 왔다. 그런데 이렇게 비까지 와서 좀 당황스럽긴 해도 비를 잊게 해드리겠다”며 ‘넌 언제나’ ‘들었다 놨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를 열창했다. 그 사이 빗발은 더 굵어졌다. 데이브레이크가 “조금 답답하지만 저희와 여러분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박수”라고 하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서울 종암동에서 온 한 커플 관객은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게 약 3∼4년 전 같다”며 “오늘 비도 오고 떼창도 못하지만 야외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후 8시 40분쯤 이날 공연의 마지막 주자인 밴드 소란이 등장하자 객석은 더욱 뜨거워졌다. 일부에선 참고 참았던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끝까지 질서를 지키며 박수로 응원했다. 경기 화성과 오산에서 왔다는 두 여성 관객은 “진단키트를 통과하기 위해 평소보다 입장 시간이 더 걸렸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다음에 이런 검사를 하더라도 또 받을 의향이 있다”며 “오늘 호피폴라를 응원하러 왔는데 공연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공연 입장은 오후 3시부터 이뤄졌다. 모든 관객은 매뉴얼에 따라 진단키트까지 마치고 공연장에 입장해 지정좌석존이나 피크닉존에 자리 잡았다. 음식물은 공연장 왼편에 별도로 마련된 푸드존에서만 즐기고 공연장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유지했다. 일어설 수도 없고, 떼창도 안 되며, 맥주를 마실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열린 대면 콘서트를 놓치지 않겠다는 관객의 의지가 높아 보였다. 이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평소 주말보다 훨씬 많은 614명. 지난 23일 이후 5일 연속 600명대를 기록하며 거리 두기 완화를 불안하게 했으나 공연장 안의 관객들은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았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