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64세·기아 65세 정년 요구
“수용 안되면 파업 불사” 으름장
기아는 근로시간 단축까지 압박
정년 연장땐 노동생산성 하락
자동차업계 경쟁력 악화 불가피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동조합이 정년 연장 요구를 정면으로 내세우면서 노사 갈등이 갈수록 격심해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주 35시간 근무까지 요구안에 포함했다. 노사·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안정적 일자리의 혜택을 누려온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산업 구조조정까지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 및 징계 철회 △‘국민연금 연계 정년 연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국민연금 수령 직전 해인 64세까지 회사에 재직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 달라는 요구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년 만에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와 관련, 현대차 노조는 다음 달 6∼7일쯤 쟁의행위 찬반 투표 실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보다도 더 무리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는 현대차와 같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 연장 항목에서 1년 더 긴 ‘최대 만 65세’를 요구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한국지엠 노조까지 합세해 지난 14일부터 정년연장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진행 중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의 면제시간 한도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가량 적다. 이에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막강한 ‘노조 권력’ 때문에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으로 꼽힌다. 구조조정의 유일한 대안은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다. 2020∼2025년 사이 현대차는 1만2000여 명, 기아는 7200여 명이 각각 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노조는 정년 연장을 통해 이마저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업계가 최소 인원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정년을 연장하면 연공서열에 의해 인건비가 비싸지고 생산 원가가 올라 노동생산성은 하락하게 된다”며 “회사 경쟁력 하락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는 그나마 연간 수천 명씩 자연 감소하니까 버티는 건데 그마저 못하면 산업 격변기에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파업까지 간다면 국내 투자여건이 매우 나빠지고, 이처럼 기업 하기 힘든 조건이 이어지면 국내외 기업들이 해외로 더 나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성훈·곽선미 기자
김성훈
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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