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부실수사 비판
모친은 회견중 실신하기도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 당국의 부실수사를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알려진 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은 제20전투비행단의 군사경찰대대장을 형사 입건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 중사의 부친 이모 씨는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은)감사 결과를 수사 의뢰하는 부분까지 수사심의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 중사의 부친은 기자회견 동안 눈물을 흘리며 군 당국을 성토했고, 모친은 회견 도중 실신해 실려 나갔다.

유가족들이 직접 나서 조속한 사건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군 당국의 수사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동안 군 검찰단이 기소한 자들이 20여 명에 이르는데 수사심의위에서 구속기소를 권유한 사람은 3명에 그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의 수사 전반에 대해 비판했다. 군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 만큼 국정조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 씨는 “(군이)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방부 수사본부와 감사관실 차원의 조사는 부적절하고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이날 “지난 25일 열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용해 담당 수사관에 이어 오늘 오전 8시 30분부로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을 형사입건했다”며 “그간 수사결과를 정리해 오늘 중으로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기록 일체를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단은 이달 초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던 제20전투비행단과 이후 전출 간 제15특수임무비행단 및 군사경찰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들어갔지만, 실질적 처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가족들은 군의 지휘·수사라인 전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군 검찰단 수사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 장모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후 이를 즉시 상관에게 알렸지만, 같은 부대 소속 부사관들로부터 회유·압박을 당했다. 공군 군사경찰대대와 검찰 또한 초기 수사를 부실하게 했고, 이후 지난 1일 군 검찰단이 사건을 이관받아 수사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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