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 무기고
이란 IAEA 임시 핵사찰 만료날
바이든 공습단행…취임후 2번째
美 “미군기지 드론 공격에 활용”


미국이 27일 핵 협상 재개를 놓고 갈등 중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와 시리아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란 민병대 폭격은 취임 직후인 2월 25일 이후 2번째다. 특히 이번 공습은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임시 핵사찰 만료 선언일에 이뤄진 것으로, 오는 8월 취임을 앞둔 대미 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오늘 이른 저녁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민병대의 운영 및 무기저장 시설로 활용 중인 시리아 내 2곳과 이라크 내 1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친이란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카타이브 사이이드 알-슈하다가 이 시설을 사용했다”며 “이 시설들은 미군 기지와 인력에 대한 무인기 공격을 하는 데 활용됐다”면서 방어 차원의 공습이었음을 강조했다. 또 국방부는 “오늘 저녁 공습이 보여주듯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은 상황 악화 위험을 제한하면서도 명확한 제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만 이번 공습으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이란이 IAEA와 5월에 합의했던 임시 핵사찰 만료에 따라 감시 영상 등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중단된 핵 합의 협상 재개를 위해 이란에 테이블 복귀를 압박하는 성격도 강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25일 “이란이 임시 핵사찰 허용을 연장하지 않으면 폭넓은 협상에서 ‘심각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이번 공습의 명분으로 지난 6일 이라크 서부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대한 친이란 무장단체의 드론(무인기) 공격 시도를 언급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군은 이라크 미군 기지를 상대로 한 드론 공격이 빈번해지는 배경에는 이란의 지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란의 무인기 개발 수준도 상당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우리가 보유한 무인기는 7000㎞를 날 수 있고, 어느 지점이라도 착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중심으로 반경 7000㎞ 안에는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이란 역시 핵 합의 관련 입장이 강경하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임시 핵사찰과 관련해 IAEA와 어떤 합의도 갱신되지 않았으며 감시 영상은 이제 이란에 귀속된다”고 공표했다. 여기에 오는 8월 라이시 신임 대통령까지 취임하면 서구를 향한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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