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어린 시절 눈이 새하얗고 포근하게 내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자그마한 옥상에서 함께 눈사람을 만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날의 기억은 지금까지 제 마음속 눈으로 따스하게 내리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날의 눈이 세월이 돼 아버지, 어머니 머리 위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리고 있군요. 조금 서글퍼집니다.
아버지, 아들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누시는 게 소원이셨다는 자상한 아버지. 저도 아버지와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투정도 많고 말도 안 듣는 못난 큰아들이었지만 늘 자랑스러워 해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글 쓰는 즈음이 아버지 생신이십니다. 이번에는 소주 대신 양주 한 병 사 들고 집으로 내려가겠습니다. 못난 큰아들, 그래도 회사 다녀서 양주 한 병 정도는 사 들고 갈 수 있습니다. 오래오래 아버지와 함께 건강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어머니, 늘 자신보다 아들들을 먼저 생각하시는 다정한 어머니.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옷은 잘 입고 다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걱정하시고 아껴주시는 그 말씀들에 종종 툴툴대던 제 어린 모습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당장 최근에도 그랬습니다. 이제는 저도 어른이라고 투덜대는 모습이 얼마나 아이 같아 보이셨을까요. 어쩌면 제가 투덜댔던 이유가 오래도록 아이의 모습으로 남고 싶은 어리광과 이런 말씀을 계속해 주실 것이라는 안도감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건강한 목소리로 아주 오래 말씀해주십시오.
내 동생, 영원한 내 친구이기도 한 하나뿐인 내 동생. 심술궂은 형이 뭐가 멋지다고 이렇게 착한 모습으로 좋아 해주고 따라주니. 우리 둘이 처음으로 여행을 간 날 흐르는 강을 보면서 우애와 눈물 어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날의 기억이 내게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평생 건강하고 우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눈부신 시간을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함께 보내자. 학기 보내느라 고생 많았고, 얼른 놀러 왔으면 좋겠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리고 있는 눈(세월, 시간)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서글픔이 더 서글프지 않도록. 몇 년 뒤 넓은 정원이 보이는 어느 펜션에서 새하얀 눈이 포근하게 내리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함께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언젠가는 이날의 기억이 또 마음속의 눈으로 다시 따스하게 내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겠지요. 그날을 위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드리기 부끄러워 글로나마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동생아 사랑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동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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