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자, 에너지 - 어떤 기억, 캔버스에 혼합재료, 130.3×97㎝, 2020
임은자, 에너지 - 어떤 기억, 캔버스에 혼합재료, 130.3×97㎝, 2020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심연 한쪽에 묻어둔 처참한 기억이나 악몽은 있는 법. 상처에 따라서는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는 파멸이나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역경을 오히려 에너지로 변환시켜 대반전을 이루기도 한다. 물론 새 살이 돋기까지는 의지도 중요하다.

나이테 같은 리듬으로 보아 큰 굴곡 없이 살아온 평온한 삶이 임은자의 그림에서 엿보인다. 하지만 폐부 깊숙한 곳에는 무언가 어둡게 꼬여 있는 응어리가 보인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아닐까. 그래도 그것들은 불길한 운명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공기가 싱그럽고 따뜻하다.

부지불식간에 6·25가 지났다. 이젠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기억하는 날일까만, 아직도 대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잊힐 수 없는 날이다. 물론 증오와 원한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도 없다. 세계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선진 강국의 진입. 이 반전과 쾌거는 역경이 밑거름이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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