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너머’ ‘올바름이라는 착각’ 등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문예지 ‘문학사상’은 페미니즘 특집을 게재하는 등 출판계에서 ‘이대남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질서 너머’ ‘올바름이라는 착각’ 등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문예지 ‘문학사상’은 페미니즘 특집을 게재하는 등 출판계에서 ‘이대남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책 ‘질서 너머’‘올바름…’ 인기로 본 젠더 갈등

20대男 “가부장 권력 못누리고
여성할당제 등 책임은 우리가”

문학사상 페미니즘 특집 게재
“男고통 희화화에 청년들 반감”

“불공정 저항” - “젊은층 극우화”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분석


‘이대남’(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30 남성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질서 너머’(웅진지식하우스)가 출간 3개월 만에 8만4000부 이상 팔린 데 이어 ‘피터슨 열풍’을 분석한 ‘올바름이라는 착각’(데이포미)은 출간 3주 만에 1만5000부 넘게 팔려나갔다. 이들 책을 구매한 독자 중 20∼30대 남성 비중은 각각 34.2%, 59.3%로 20∼30대 여성(18.4%, 10.6%)을 압도했다. 출판 시장의 주 독자가 젊은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대남’들은 왜 분노하는가. 이들의 분노는 정치·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출판계 ‘이대남 돌풍’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 역차별을 당한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라는 진단과 “한국 사회 극우화를 이끄는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왜곡된 불만 표출”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올바름이라는 착각’을 쓴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유읽남)’는 피터슨 교수의 이론과 견해를 국내에 소개한 유튜버다. 저자는 ‘우리는 왜 조던 피터슨에 열광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다분히 선동적이고 원색적인 책에서 “피터슨 현상의 본질은 이대남의 심리적 갈등 해소”라고 풀이한다. 이어 그는 “남성과 여성은 어느 때보다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 “가장 성차별적인 이들은 백인도, 남성도 아닌 급진적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라는 식으로 페미니즘을 직격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피터슨은 올해 3월 나온 ‘질서 너머’에서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풍조를 비판하며 ‘정치적 올바름’은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는 사회정의가 아니라 “부자연스럽고 억압적인 역차별”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질서 너머’는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9위를 기록했고, ‘올바름이라는 착각’은 6월 셋째 주 정치·사회 부문 2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문예지 ‘문학사상’은 7월호에 ‘불공정 사회 속 페미니즘’ 특집을 게재했다. 이번 특집은 ‘이대남 논쟁’의 중심에 자리한 페미니즘과 공정· 능력주의 등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담았다. 박원익 인문평론가는 ‘페미니즘에 대한 청년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란 글을 통해 “청년 남성의 눈높이에서 페미니즘은 숭고하고 진보적인 가치가 아니라 ‘불공정’을 대표하는 무언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합리적 비판에 대해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사상 검열”이라며 “20대 남성에게 이런 낙인을 들이대 봤자 ‘뭐가 나쁜가’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또 20대 여성의 43%가 ‘여성할당제는 역차별’이란 주장에 공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여성의 고통에 대한 무한한 민감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남성의 고통은 희화화해도 좋다는 이중적 태도가 청년의 절반 이상이 페미니즘을 거부”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철학자 김선희는 ‘차이의 감수성 살린 평등 개념’에서 젠더 갈등의 해법을 2030 남성들이 강조하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 담론’이 아닌 ‘차별을 완화하는 평등 담론’의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약한 공정성 담론이야말로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논리가 작동하기에 적합한 장을 제공한다”며 “‘남녀 차별’ 문제를 ‘남녀 대결’ 문제로 전환하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에) 여성 차별은 없고 여성 우대 정책이야말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고 꼬집는다. 이어 “여성할당제나 여성 우대 정책의 핵심은 능력이 안 되는 여성을 우대하는 게 아니라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이기에 차별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열악한 여성의 처지를 말해주는 사회·경제적 지표를 감안하면 ‘대결’을 부각하기보다 갈등 상황이 약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대남 현상’에 대해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20∼30대 남성들이 불안정한 취업 여건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5060 남성들이 저지른 성차별적 행동의 책임을 왜 떠안아야 하는가. 우리는 가부장제의 계승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유럽·일본처럼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극우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5060 남성들이 ‘반북(反北)’에서 감정적·이념적 해방구를 찾았다면 2030 남성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왜곡된 형태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판 태극기’의 부상은 극우의 길로 가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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