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30 MZ세대 보고서
② MZ의 경제관 - “뒤처지지 않으려 뭐든 투자”
직장인 76% “재테크하는 중”
고정수입으론 한계느끼기 때문
부동산 폭등·코로나發 불안감
‘현재 만족감’이 富의 목적
“수익 창출 위해 위험도 감수”
코인·주식 안가리는 30代
“소비절제로 종잣돈부터 마련”
저축·절약 선호하는 20代

1980∼2000년대생이 사회에 한창 진출한 현재는 학생 때 공부만 열심히 하고 직장 생활만 열심히 하면 생계 걱정 없이 집도 장만하고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던 고도성장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학생 때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안정적인 직장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취업해도 흡족히 가계를 꾸려가기는커녕 치솟는 집값이나 자산 격차에 고민만 나날이 늘어간다. 따라서 고정적인 근로소득이 있더라도, 투자소득 같은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자산 증식 활동이 MZ세대에게 대세가 됐다.
◇분야·종목을 가리지 않는 밀레니얼세대의 투자=최근 문화일보의 MZ세대 심층인터뷰·설문조사에 응한 30대 초반 자영업자 이준원 씨는 투자활동으로 “부동산, 코인(가상화폐), 주식 등 돈이 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며 “어떤 게 더 좋은지 따지지 않고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도박이라고 생각하면 안 하겠지만, 비트코인 같은 경우 한정 재화니까 금처럼 값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주변 사람 중에서도 코인으로 돈을 버는 실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틈틈이 계속 청약(통장)에도 돈을 붓고, 분양권 신청도 넣는다”고 덧붙였다.
이들 세대가 투자 활동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 등 사회에 진출해 얻을 수 있는 근로소득으로는 자산 격차 시대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대 초반 사무직 김윤영 씨는 “회사원의 근로소득으로는 부를 쌓기가 불가능하다”며 “근로소득만으로는 부동산이나 오르는 물가, (타인의) 불로소득에 불가항력”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지, 누가 회사에 다니냐’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김 씨는 “약간의 재테크와 남들이 하는 주식 정도는 하고 있다”며 “투자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593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76.7%가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테크 방법(복수응답)으로는 ‘예·적금 등 저축형 금융상품’(73.2%)과 ‘주식 투자’(50.1%)가 1, 2위에 뽑혔다. 또 다른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올 4월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가상화폐 투자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4%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은 30대(49.8%)와 20대(37.1%)에서 가장 높았다.
◇종잣돈조차 부족한 Z세대의 안정형 투자=밀레니얼세대(1980년대∼1990년대 초중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모두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활동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투자 활동에서 있어서는 밀레니얼세대가 더 과감했다.
문화일보가 올해 5∼6월 MZ세대 남녀 32명(밀레니얼세대 16명, Z세대 16명)을 심층인터뷰·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대해 밀레니얼세대 16명 중 10명은 ‘약간의 손실은 감수할 수 있는 수익 추구형’이라고 답했다. Z세대는 그 절반인 5명이 이같이 답했다. 오히려 Z세대는 ‘예·적금 등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형’ 성향이라고 답한 인원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직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본격 시작하지 못한 Z세대에게는 투자의 종잣돈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밀레니얼과 Z세대 간의 투자 성향 차이는 실제 투자 활동 방식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문화일보의 이번 조사에서 자산 증가 방법에 대해 밀레니얼세대 중 절반인 8명은 ‘주식 투자 등 적극적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고 답했다. 반면 Z세대는 절반 이상인 9명이 ‘소비 절제 및 절약’이라는 안정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후반의 남성 취업준비생 정서영 씨는 “(과거에는) 벌이가 있으면 반 정도는 소비하고 절반은 예금(저축)을 했다”며 “주식을 하기에는 시드(종잣돈)가 부족한 것 같아 안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제 그나마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우량주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안정형’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예상보다는 ‘괜찮은 미래’, 과도한 비관론 자제해야=1990∼2000년대에 걸친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MZ세대에게는 경제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최근 부동산·주식 등 자산 폭등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자괴감에 생겨난 ‘벼락거지’ 같은 신조어도 이들을 괴롭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도 불안 요소에 추가됐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본 밀레니얼세대는 이런 비관론에 더 젖어 있다.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16명의 밀레니얼세대 가운데 7명은 ‘노력해도 과거보다 자산을 쌓기 어렵다’고 답했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 더 쌓을 수 있다’(6명), ‘노력하면 훨씬 많이 쌓을 수 있다’(4명) 등의 답변보다 더 많은 수치였다. 30대 여성 취업준비생 김민하 씨는 “부모님과 같은 직업을 갖기도 어렵거니와 같은 직업을 갖는다 해도 부모님만큼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경쟁의 문도 너무 좁아졌다”고 말했다. Z세대도 자산 증가 전망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20대 남성 취업준비생 최현수 씨는 “예전에 비해 자산을 불리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이 작은 나라에서 자산 대부분을 상위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실제 미래는 이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신한은행이 전국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4세 이하 미혼 남녀가 10년 후 자신의 총자산에 대해 평균 3억3300만 원을 희망했지만, 그들의 10년 전 세대(현재의 30∼44세 이하 세대)는 현재 4억100만 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산 증가 전망이 실제 현실보다 다소 비관적인 셈이다.
MZ세대의 ‘맏형’ 정도 세대인 1984년생 자영업자 김운기 씨는 “그래도 일하면서 집도 사고 한 걸 보면 어떻게든 자산을 불려온 것 같다”며 “가상화폐 같은 재테크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짜로 얻는 돈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셋집, 자가 등 집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려온 방식은 앞선 세대들이 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 = 허민 전임기자, 박준희·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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