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는 전에 없는 경험을 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는 매년 4% 이상의 고성장을 이루면서 실업률이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4%에 머물렀다. 경제가 장기간 활황을 이어갔음에도 물가는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종래의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실업률과 인플레는 역의 상관관계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업률과 인플레 둘 다 같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경기 활황에도 인플레가 발행하지 않자 경제학자들은 당혹했다. 자연히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학설이 등장했다. 그중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 주류를 이뤘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종전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신경제(New Economy)’를 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정보기술도, 통화정책도 아닌 중국 산업의 글로벌 경제 참여 확대가 초래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값싼 공업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풍부한 노동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각국에서는 ‘가격 파괴’ 신드롬까지 일으켰을 정도다. 버티지 못한 고임금 국가의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배경이다. 미국이나 선진 각국 경제가 아무리 활황세를 보인다 한들 중국발(發) 디플레가 글로벌 물가를 눌러버린 셈이다. 그럼 거꾸로 요즘 들어 세계 곳곳에서 거론되는 인플레 조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선진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은 코로나 팬데믹 후의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 인구구조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중국이 발표한 ‘2020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피크 때이던 2013년의 9억6776만 명에서 3800만 명 감소했다. 노동인구가 줄면 임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2%대 글로벌 인플레율을 지탱해왔던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파워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중국의 수출액은 세계 전체의 10%에 이른다. 앞으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수출 점유율이 이보다 낮았던 때에 보여줬던 디플레 힘을 훨씬 능가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인플레 시대를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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