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지난 27일 사실상 경질됐다. 김 전 비서관은 투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의혹 제기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전격 수리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부동산과 관련해 사임한 청와대 인사가 수 명이나 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 사태는 그동안 인사청문회 때마다 논란이 돼 온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결정적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김 전 비서관이 임명되던 지난 3월은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절정에 이르던 때인데도 유난히 과도한 부동산을 소유한 당사자의 말만 믿었다는 것은 검증 책임자들이 직무를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부채가 54억 원에 이르는 거액에 대해서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책을 24회에 걸쳐 수정해서 내놓으면서까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이야말로 정책 비전과 집행에 있어 대통령과 일체감을 가지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전제를 수용한다면 김 비서관 사태야말로 청와대 조직 운영상의 대재앙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과 비전에 동의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인사는 당연히 임명 대상에서 배제돼야 한다.
특히, 반부패비서관 직에 임명될 사람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채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임명을 강행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내역을 인지하고도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인사 검증 책임자는 물론이고 임명권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인사를 해놓고, 그리고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한껏 증폭시켜 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다가올 대선에서의 국민 심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사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국민의 대출 한도를 최대한 제한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김 전 비서관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어떻게 대출받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김 전 비서관은 일부 토지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본인의 사퇴와는 별도로 대출 및 신고 누락에 대해서는 그 경위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해야 하는 반부패비서관 자리에 투기와 비리 의혹 대상자를 앉힌 것은 무능하거나 기만(欺瞞)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의 인사 검증 문제는 총체적 부실에 가깝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31건으로 청문회 실시 후 역대 정권 최다를 기록했으며, 스스로 약속한 고위공직 7대 배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인사와 검증을 담당하는 책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인사수석이든 민정수석이든 업무를 관장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직언을 하지 못했거나 한 책임이다. 사실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 비서실 기능이 상당히 약해졌다. 그리고 비서실 기능의 궁극적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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