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선구자 우에노 지즈코
페미니즘 확대 배경으로 꼽아
“여성 목소리 낸 것 사상 처음”
K-팝, K-컬처(Culture)에 이번엔 K-페미니즘(Feminism)?
한·일 관계가 최악이지만 문화 방면, 이 중에서도 페미니즘은 예외다. 일본 여성학의 선구자인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東京)대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일본의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이 확대된 배경으로 한국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사진)에 대한 인기를 언급할 정도다. 우에노 교수는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82년생 김지영’과 (배우) 에마 왓슨 이야기를 하더라”며 “최근 나는 일본 페미니즘의 세대 변화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강한 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이 대거 목소리를 낸 것은 일본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와 함께 남녀평등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이 팔렸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페미니즘 논쟁을 촉발했다. 많은 일본 여성은 “우리와 비슷하다”며 ‘김지영’에게 공감했고, 이는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근 일본 잡지 엘르 재팬은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 등이 수록된 단편집을 꼭 읽어야 할 페미니즘 소설집으로 소개했고,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 정소연의 ‘옆집의 영희씨’, 이민경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등도 함께 추천했다. 잡지는 “일본 여성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K-페미니즘이 일본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와 전근대적인 직장 문화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 세계 성별 격차지수’에서 조사 대상 156개국 가운데 일본은 한국(102위)보다도 낮은 120위다. 한국 소설을 통한 페미니즘에 대한 자각은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페미니스트 작가인 오가와 다마카(小川たまか)는 허핑턴포스트에 “자신들이 바라는 미래에 대해 직구를 던지는 한국의 페미니즘 문학은 분명 눈부시다. 한국의 페미니즘 불길을 보면 부러운 느낌도 든다”면서 “일본에서도 ‘82년생 김지영’과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등이 큰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고무적이고 기쁜 일이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언어’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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