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권호영 기자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보복 2년

3대 품목 중 불화수소 국산화
나머지 2개는 여전히 日 의존
코로나 겹쳐 한국인 입국 차단
교역 규모·기업 교류도 감소

日, G7 약식 정상회담 일방 취소
文대통령 도쿄올림픽 참석 부인
계속되는 양국간 정치적 갈등에
노 재팬 vs 혐한론 맞대결 계속


7월 1일로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금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를 발표한 지 2년이 됐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관여한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었다. 이후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및 번복으로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은 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색 국면 2년 동안 과거에는 정치·외교 차원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이어졌던 경제 및 인적 교류마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일 왕복 관광객은 2018년 1000만 명 수준에서 2019년 820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 한·일 관계를 받쳐왔던 근본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상호투자 줄고, 인적 왕래 끊긴 양국…코로나19로 더 악화 = 일본의 전격적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후 우려됐던 국내 산업계 피해는 국내 기업의 대체 노력 등으로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반도체 부품 등 핵심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 다변화를 이루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일부 부품의 일본 의존은 여전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규제 전인 2018년에는 수입의 40% 이상을 의존하던 불화수소 같은 경우 국내 시설에서 수급하며 수입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지만,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같은 경우는 여전히 수입의 8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양국 관계의 기반인 상호 교역 및 인적 교류마저도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경색 국면의 장기화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기업인 왕래부터 크게 줄었다. 매년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간 한·일 재계회의도 지난해 불발됐고, 오는 10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무역 규모도 하락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간 교역 규모는 136조 엔(약 1325조 원)으로, 2019년(155조 엔)보다 14% 감소했다. 한·일 관계 악화 이전인 2018년 164조 엔에 비하면 20%나 떨어졌다. 양국 간 왕복 관광객 수도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조치 여파로 줄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100% 가까이 감소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인의 일본 여행객 수는 2019년 7월 56만2000명 정도에서 2020년 1월 31만7000명까지 줄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6월 급기야 100여 명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일본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한·일 기업들은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 허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기간에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韓 ‘노 재팬’ vs 日 ‘혐한론’ 고조 속 반등 쉽지 않은 한·일 관계 = 양국 간 정치적 갈등에 인적 교류까지 급감하면서 한·일 양국에서는 상대국을 비판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2년 전 일본의 일방적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이후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No Japan)’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주류, 유니클로 등 일본 의류, 토요타 등 자동차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의 경우 2019년 8월 190개였던 전국 매장 수가 2021년 6월 138개로 급감했다. 2년 만에 52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일본 내에서도 서점에 한국을 비판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회장이 재일 한국인 비하 발언을 일삼는 등 혐한 정서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한국의 노 재팬 운동을 집중 보도하며 반한·혐한 분위기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일 국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지만 단기간에 경색 국면이 풀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차례 일본 측에 손을 내밀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스가 총리는 ‘한국 때리기’를 대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국 정상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한·일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약식 정상회담 개최를 사전에 합의했는데, 스가 총리가 일방적으로 이를 거부한 것. 이에 한·일 양국이 약식 회담 무산을 놓고 ‘네 탓’ 공방까지 벌였다.

또 문 대통령이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한 방일을 타진했으나 일본 측이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내년 5월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까지는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해결책을 내지 않는 문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에 당분간 문재인 정권의 향방을 지켜보며 한국의 차기 정권과 관계 개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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