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슐린 발견 100년’ 맞아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

“환자에게 주사제 처방 후
거절당한 경험 있다” 94%
“거부해도 주사 권유” 84%

환자는 “잦은 투약 부담돼”
인슐린 치료 비율 6.4%뿐
의료진 “적극적 치료 필요”


올해는 당뇨병의 핵심 치료제 인슐린이 발견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921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프레더릭 밴팅 박사가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1923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서 인슐린을 처음 상용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슐린 발견 이후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 유독 심한 주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치료 성공률을 낮추고 있다.

최근 의협신문이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료진 2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주사제 처방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 5명 중 1명은 당화혈색소가 8.0 이상으로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필요한 환자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주사 치료 처방 경험이 있는 의료진의 94.4%는 환자에게 주사제 처방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생각하는 환자들이 주사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중복응답)는 주삿바늘 또는 통증에 대한 공포감(69.5%)과 주사 투여 방법의 불편함(65.3%) 때문이었다. 당뇨병 환우회 당뇨와건강이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 10명 중 주사제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는 1.5명에 불과했으며, 주사제 사용을 거절한 환자들은 그 이유로 잦은 투약 횟수(70%), 일상생활의 제약(67%),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심(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목지오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은 혈당 조절에 실패한다”며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주사 치료에 대한 거부며, 특히 우리나라 환자는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커 성공적인 당뇨병 치료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슐린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보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인슐린 치료를 진행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슐린 치료 비율은 6.4%로 지난해 미국의 인슐린 치료 비율 29.0%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치료제 처방 경험이 있는 의료진 10명 중 8명 이상(84.2%)은 주사 치료 거부 이후에도 환자에게 재차 주사제를 권유한다고 응답했다. 주사제의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73.0%)와 국내외 진료지침의 권고사항(43.4%)이라는 점(중복응답)이 주요한 이유였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당화혈색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혈당 조절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처방받고, 3개월 내 당화혈색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슐린 주사제를 함께 투약 혹은 투여하는 치료가 권고된다.

목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학술적 진보는 이뤘지만 눈에 보이는 주삿바늘과 막연한 공포감으로 환자에게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하는 당뇨병의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데 보다 열린 마음이 요구되며, 의료진 역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패러다임이 진료 현장에 잘 자리 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