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조용하고 순한 눈빛에 수더분한 친구. 그게 내 동반자의 첫인상이었다. 제대 후 일상으로 돌아와 주 중에는 인턴, 주말에는 학원에서 파트 타임 강사로 일했던 시절. 또랑또랑한 눈으로 공부하던 여섯 살 어린 그 학생이 나중에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었던 어느 날. 어려운 입시를 잘 마치고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그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왔다. 수줍으면서도 자기 나름으로 삶의 큰 짐을 덜어낸 스무 살 제자가 심심했는지 아니면 부모님이 시켜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감사한 마음에 자기가 꼭 저녁을 사고 싶다고 당차게 얘기했다.
반가움 반 뿌듯함 반. 그때부터인가 서로의 마음과 고백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듬해 늦봄에 고백했고, 그 이후로 어느덧 8년의 시간이 지났다.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20대 시절 연인의 일상은 그저 달콤하고 행복했다. 큰 어려움 없이 서로가 대학생이면서 공감하고 함께하면서 같이 성장했던 시절, 그렇게 앞으로도 별문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정했고 천생연분이었다.
그러나 5년 차에 접어들 무렵. 남자 친구가 급작스레 정치에 입문하면서 동반자는 남다른 속앓이를 하게 된다. 이전과는 너무나 다른 사고방식, 사람들, 그리고 행동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정당 내 당사자 아닌 당사자가 된 20대 중반의 여자 친구에게는 참 버거웠다.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여자 친구에게는 ‘왜 저러고 살까?’ 싶을 정도로 불행하고 도움도 안 되는 삶의 연속. 그래도 이전과 같은 신뢰와 존중으로 기다려주고 함께해주기로 마음먹고 또 참고 참으면서 그렇게 30년 같은 3년을 보내다가 결국은 어느 날 말하기로 결정한다.
정치라는 집착과 그림자에 가려진 남자 친구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작심하고 그간 얘기하지 못했던 ‘행복’을 놓고 그와 대화를 시도하기로 결심한다. 허구한 날 여의도 바닥에서 말하는 진심이라고는 1도 없는 정치적 구호 행복 말고 그냥 우리의 행복 말이다.
그때 서로 깨달았다. 사람이 잘되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노력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어른들에 비해 여전히 삶의 굽이굽이를 잘 모르는 자기 자신과 남자 친구의 경우 더더욱 여의도 어르신들이 내세우는 공수표와 바람 넣기에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다른 이들의 행복을 말하고 지켜줄 수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그녀의 진솔한 고백과 담담한 지적에 이내 나 역시 그동안 여의도 먹물에 시퍼렇게 물든 모습에 반성하고 뒤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서로 약속했다. 우리의 파랑새를 외면하면서까지 사람들이 성공이라 부르는 불행한 삶을 살지 않기로. 행복을 모르는 자가 되면서 남에게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거짓을 말하지 않기를 말이다. 철없던 20대 커플이 이제는 각각 20대 후반과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알 수 없는 인생의 전개 속에서도 우리의 파랑새를 지키고 남들에게도 기쁨이 될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되기를 그녀와 나 오늘도 함께 다짐해본다.
정원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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