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아품속 연상의 이혼녀 만나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 함께 도피
천식 치료하며 창작 열정 불태워
폐결핵 걸려 쫓겨나 수도원 안착
마요르카섬서 24개 전주곡 완성


1836년 파리,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의 살롱. 이곳은 ‘피아노의 왕’ 리스트(1811∼1886)의 연인인 다구 백작 부인이 운영하는 살롱으로 당대 최고의 예술가인 들라크루아, 발자크, 하이네, 베를리오즈가 드나드는 최상위 사교장이다. 그리고 이곳의 멤버였던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1810∼1849)은 어느 날 파티에서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150㎝의 키에 풍만한 체형, 우아한 드레스 대신 남자 행색을 하고 노상 줄담배를 피워대는 연상의 여인 조르주 상드였다. 그녀는 오로르 루실 뒤팽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조르주(영어식으론 조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작가였다. 게다가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이혼녀였다. 쇼팽의 귀족적 취향이나 섬세한 감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상드는 달랐다. 그녀는 쇼팽의 예술혼과 귀족적 외모에 마음을 빼앗겼다. 170㎝의 키에 겨우 45㎏밖에 나가지 않는, 실연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쇼팽에게 보호본능을 느낀 것이다. 자신감 넘치고 대범한 여인 상드는 쇼팽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한다. 쇼팽 또한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녀의 예술적 깊이를 존경하게 되고 때론 누나처럼 때론 엄마처럼 자신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상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1938년 추운 겨울, 두 사람은 상드의 두 아이와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섬으로 떠나게 된다. 쇼팽은 심한 천식을 앓고 있었는데 마요르카행은 찬바람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의 요양이기도 했고 청년과 이혼녀의 결합으로 인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마요르카섬의 ‘송 방’이란 곳에 거처를 얻었는데 쇼팽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심신의 안정과 상드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다시금 창작열을 불태우게 된다. 하지만 건강이 날로 악화된 쇼팽이 폐결핵에 걸리자, 그들은 그곳에서도 쫓겨나 마요르카섬 북쪽의 버려진 수도원 ‘발데모사’에 안착하게 된다. 병중에도 창작열은 이어져 쇼팽은 그 유명한 ‘24개의 전주곡’(Chopin. 24 Preludes Op.28)을 완성했다. 상드의 헌신적인 보살핌은 9년이나 이어졌지만 두 사람은 끝내 헤어지게 됐고 그로부터 1년 뒤 쇼팽은 세상을 떠났다.

쇼팽의 그 유명한 ‘빗방울 전주곡’은 그가 상드와 가장 행복했던 시절, 마요르카에 머물며 작곡한 작품이다. 폭우가 거세던 어느 날, 상드는 자녀들과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섰는데 늦은 밤이 돼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발데모사에서 홀로 기다리던 쇼팽의 불안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그들이 죽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상드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 쇼팽은 눈물범벅이 돼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상드는 훗날 그날의 비를 ‘쇼팽의 눈물’이라고 기록했다.

오늘의 추천곡
- 전주곡 15번 ‘빗방울 전주곡’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의 24개 전주곡(24 Preludes, Op.28) 중 15번째 곡으로 24개의 전주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전주곡(prelude)이란 원래 어떤 음악의 도입부에 연주되거나 악보의 맨 앞에 수록된 곡을 뜻한다. 하지만 특별한 형식이 없는 자유분방한 소품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빗방울 전주곡’은 이 경우에 속한다. 양손에서 규칙적으로 연주되는 Ab과 G# 음들은 음울한 분위기를 띄우며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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