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환 경제부 차장

민간 금융그룹인 KB금융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감사를 받고 있다. 2015년 폐지됐다가 2019년 부활한 종합감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30여 명에 이르는 금감원 직원이 나와 회사를 뜯어보고 있다고 한다. 금융 당국의 종합감사는 한때 대표적인 관치금융으로 악명이 높았다. 금융 당국은 컨설팅 위주의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감사가 바뀌었다고 주장하지만, 피감기관 사람들은 “종합감사 때 봅시다”라며 으름장 놓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최근 금융시장 곳곳에서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집을 사는 젊은이들이 급증하자, 금융 당국은 은행의 월별 신용대출 한도 증가 폭을 2조 원대로 제한한 바 있다. 가계대출 부실을 우려해 민간 은행의 신용대출을 강제로 억제한 것인데, 은행들에서는 대출금리만 올린 셈이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출 총량을 규제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은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부족한 수익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를 힘으로 억누르려 하니 나타난 부작용이다.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보험업계 경영진의 성과·보수 체계 개편도 관치금융의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인 실적주의에 빠져 불완전 판매나 고위험 추구 자산운용 등 문제점이 생기는 이유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경영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일지 모르나, 민간 보험사의 성과와 보수는 주주들과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금융 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강요’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확대 요구도 원칙적으로는 관치금융이다. 민간 금융기관에 특정 집단에 대한 대출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로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금융 당국 요구대로 했다가 적자가 나도 금융 당국이 메워 주지 않는다. 주주에게 손해가 가는 일인데 말이다.

관치금융에 이어 ‘정치금융’까지 더해지고 있다. 최근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노조 등과 함께 발의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지주사 회장 임기를 6년까지로 제한하고 자회사 임원 겸직도 금지하게 돼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CEO 임기 역시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지, 법으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박 의원이 개정안을 ‘금융 황제 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금융회사 CEO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규제를 만드는 정치인들은 “금융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공공적 영향이 막대하다”는 변명으로 관치금융의 비판을 피해간다. 물론, 관치금융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회사에 대한 통제 당위성이 담장의 양쪽에 놓인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정신은 ‘최소한의 룰(규칙)’로 시장의 참가자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정신은 ‘자유로운 운동장’에 있는 것이지, ‘교도소 담장’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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