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끝도 없이 흩어진 너와 나의 시공간이 이렇게 포개어졌다/ 겁도 없이 흐르던 너와 나의 슬픔은 잠시 숨을 참는다’. 걸출한 싱어송라이터 한희정(42)이 작사·작곡해 부른 노래 ‘입맞춤, 입술의 춤’ 한 대목이다. 그의 또 다른 명곡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는 ‘차마 할 수 없었던 말들은/ 닿지 않을 먼 곳에/ 토닥토닥 묻어 놓았지’ 한다. 인연을 읊은 ‘끈’에선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어/ 손끝과 손끝으로 이어지는 무언가/ 가느다랗지만 우리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한다. 노래 ‘끝’의 한 구절은 ‘흘러 흘러가는 구름처럼 흐르고/ 흔들 흔들리는 갈대처럼 가눌 수 없었네/ 멈추지 못해 비에 바람에 몸을 적시고’다.

그는 모던록 밴드 더더 제2대 보컬을 맡아 2001년 제3집 앨범 ‘The man in the street’로 데뷔했다. 밴드 푸른새벽도 2002년 결성해 활동하다가, 작사·작곡·편곡·노래·프로듀싱 등을 모두 혼자 한 솔로 제1집 ‘너의 다큐먼트’를 내며 2008년 독립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등 10곡이 담긴 그 앨범은 그가 홍익대 주변인 한국 인디 음악의 성지(聖地)에서 가장 돋보이는 스타라는 의미로, ‘홍대 여신(女神)’으로 불리게도 했다. 그는 장르를 넘나들고 뒤섞으며 ‘한희정 자체가 장르’라는 평판도 듣는다. 맑으면서 쓸쓸한 느낌이어서 여운(餘韻)이 깊고 긴 음색으로, 파격적인 실험 음악까지 시도하며 고유의 세계를 구축했다. 솔로 2집 ‘날마다 타인’ 타이틀 곡인 ‘흙’은 시작부터 감탄사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흙 흙 흙’ 한 뒤에 이렇게 이어진다. ‘그곳엔 분명 아무것도 없어 보였는데/ 밤새 물 한 모금 마시게 한 것밖에 없었는데’. 그러곤 ‘어? 흙! 뿅! 라라/ 무서워 두려워/ 작고 파란 게 돋아났어/ 그 어두운 곳에서’.

“내 기준에 좋은 곡은 고여 있지 않은 것”이라는 그가 지난 2월 내놓은 전위적 음반 ‘공간반응’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중음악인지부터 혼란스럽지만, ‘Another Inspiration’ ‘양배추즙’ 등 9곡 모두 더 들을수록 묘하게 친근한 매력에 빠져든다고 한다. 가사는 없다. 한숨을 쉬거나, 물을 마시거나, 혀를 차는 소리 등이 바이올린·첼로·피아노 등의 연주에 끼어든다. 오는 10월 나올 새 음반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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