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국방장관 두번 역임
취임 9개월만에 9·11테러 발생
군부 조언 무시 전후 혼란 자초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대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이끌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88세. 럼즈펠드 전 장관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방장관을 2차례 지냈으며, 역대 최연소 국방장관과 함께 역대 최고령 국방장관 기록을 가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럼즈펠드 전 장관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 전 장관이 뉴멕시코주 타오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그의 아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삶의 진실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1963년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로 일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뒤에는 후임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비서실 2인자는 딕 체니 전 부통령으로 이후 둘은 네오콘 좌장으로 공화당 대외정책을 주도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1975년 42세의 나이로 국방장관에 임명돼 3년간 일했다. 포드 전 대통령 재선 실패 후 재계로 자리를 옮겨 제약회사인 GD설앤드컴퍼니 CEO, 길리어드사이언시스 회장 등으로 일했다. 198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조기 탈락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이후 부시 전 대통령 당선으로 2001년 1월 68세의 나이로 다시 한 번 국방장관을 맡았다. 취임 9개월 만에 9·11테러가 발생하자 한 달 뒤인 10월 테러 배후로 지목된 탈레반을 겨냥한 아프간 전쟁을 이끌었다. 9·11테러 당시 펜타곤에서 회의 중이던 럼즈펠드 전 장관은 여객기 추락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부상자들의 이송을 도운 이야기로 유명하다. 아프간 전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지시에 따라 20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2003년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WMD)를 숨기고 있다며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다. 사담 후세인 정부를 조기에 무너뜨리는 성과를 얻었으나 이라크 안정에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다는 군부의 평가를 무시해 전후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WMD 증거 부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 등에 따른 여론 악화로 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하지만 럼즈펠드 전 장관은 2011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라크를 응징하지 않았다면 미국이나 그 어떤 나라도 테러 지원이나 WMD 추구를 막으려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다른 나라들에 줬을 것”이라고 이라크 전쟁을 옹호했다.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럼즈펠드 전 장관은 지적이고 진실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면서 “우리는 모범적인 공무원이자 매우 좋은 사람이었던 그를 애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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