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외국어영화 분류로 거센 비난 직면
성차별·인종차별 논란 터지며 시상식 존폐 위기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가 앞으로 외국어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부정부패 등 각종 의혹으로 할리우드 주요 단체와 배우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존폐 위기에 내몰린 골든글로브가 쇄신을 위해 중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알리 사르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자격이 있는 영화들이 그에 걸맞은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고로 인정받는 데 언어는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HFPA의 이번 결정은 올해 초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데 대해 격한 비판이 쏟아진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HFPA는 ‘미나리’를 주요 상에서 제외하고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려 관객과 할리우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던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이지만 주요 대사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들어 설명했지만, 2009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어 비중이 50%가 안 됐는데도 골든글로브 작품상·연기상 후보에 올라 논란이 됐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초, 영화 ‘기생충’도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수상했다.

이에 더해 골든글로브 운영진 내부의 부정부패 의혹과 백인 위주의 후보 선정으로 인종차별, 성차별 등 논란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급기야 매년 시상식 중계를 해온 미 NBC방송은 내년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워너브러더스, 넷플릭스 등 메이저 제작사와 대형 스튜디오 등 100여 개 단체도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며 78년 역사의 골든글로브는 존폐 기로에 내몰린 상황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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