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고향은 한국이랍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어느 집이든지 처마 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 제비집이 급속한 도시화로 사라진 지 오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환경이 흙을 개어 집을 짓는 제비에겐 매우 불리해진 셈입니다. 그래도 고향을 찾아온 제비는 어찌어찌 흙을 찾아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새로 태어난 새끼를 위해 연신 먹이를 물고 옵니다. 그런데, 제비집을 본 곳은 얼마 전 4기 신도시로 발표됐고, 전·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회지도층의 잘못된 투기로 언론에 오르내리던 경기 광명·시흥지구 바로 옆입니다. 어떤 이는 ‘제비도 집을 짓고 보금자리를 꾸미는데…’라며 자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촬영노트

점심 식사 후 후식을 위해 야외자리에 앉자마자 가까운 머리 위에서 새소리가 쉼 없이 들려와 눈길을 위로 돌렸는데, 반가운 제비 일가족이…. 급히 망원렌즈를 찾아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한참 동안 어미 제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새들은 새끼를 키우는 시기에는 주변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꽤 먼 거리로 물러났지만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어미 새는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평소처럼 먹이를 물어다가 주기 시작했습니다. 생태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한 가지는 ‘피사체인 생물이 주인이고 취재자, 촬영자는 철저히 관찰자’라는 점입니다. 피사체가 불편을 느낄 만한 일은 절대 금물입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곽성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