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물의 정원으로,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웨이(Archway)’가 관람객을 맞는다. 왼쪽 위 네모 안은 안도 다다오의 드로잉으로, 설계를 요청한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이름을 명기했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본관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물의 정원으로,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웨이(Archway)’가 관람객을 맞는다. 왼쪽 위 네모 안은 안도 다다오의 드로잉으로, 설계를 요청한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이름을 명기했다.

■ 드라마 ‘마인’ 배경으로 더 유명해진… 원주 ‘뮤지엄 산’의 재발견

이인희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안도 다다오 그 뜻 감동해 설계

박수근·이중섭 등 300여점 소장
7만㎡부지 전체가 거대한 작품
관람거리 2.1㎞… 2시간 걸려


드라마 ‘마인’의 배경으로 나온 덕분에 최근 중년 관객이 늘었다. 극 중 여성 주인공들이 요가를 하는 명상관은 젊은 관객들도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번다한 도심을 벗어나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누리고자 해서다.

강원 원주 구룡산 해발 272m에 자리한 ‘뮤지엄 산(MUSEUM SAN)’ 이야기다. 이 뮤지엄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에 여기까지 사람들이 찾아 올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뮤지엄 산은 지난 2013년 개관 이후 꾸준히 방문객이 늘어 2018년부터 연간 20만여 명이 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자연 풍경 속에서 힐링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남준 홀의 작품을 관객이 살펴보고 있다.
백남준 홀의 작품을 관객이 살펴보고 있다.
“아시다시피, 저희 뮤지엄은 한솔문화재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전시에서 ‘종이 콘텐츠’를 중요시합니다. 또 ‘자연’과 ‘공간 재발견’을 주요 테마로 합니다. 오는 9월에 시작하는 전시도 ‘자연 속의 식물’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노은실 큐레이터 설명대로 뮤지엄 산은 본관에 종이박물관을 두고 있다. 종이의 변천 역사와 함께 각종 문화재, 서적류,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전시품마다 개별 조명을 쓰고 유려하게 배치함으로써 공간의 미학을 살렸다.

뮤지엄 산은 그 이름 ‘SAN(Space Art Nature)’에서부터 자연 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공간임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8년에 걸쳐 지은 이 뮤지엄은 웰컴센터, 조각정원,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박물관, 미술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지가 7만1172㎡, 전체 길이가 700m에 달한다. 관람 거리는 약 2.1㎞로 걸어서 돌아보는 데 2시간 넘게 걸린다.

관객에 따라서는 현재 청조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기획전 ‘기세와 여운’, 상설전 ‘한국 미술의 산책 VII 구상회화’만 둘러보는 데만 2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오는 8월 29일까지 진행하는 ‘기세와 여운’은 수묵화의 기운생동을 전하려는 전시다. 김환기, 이응노, 장욱진, 서세옥, 김창열, 이우환, 오수환, 남관 등 동·서양화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국 미술의 산책’에서도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난다. 도상봉, 오지호, 박수근, 이중섭, 이쾌대 등. 상설전 작품들은 이인희(1928∼2019) 전 한솔그룹 고문의 컬렉션 300여 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갤러리 이름 청조(淸照)는 이 전 고문의 호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였던 이 전 고문은 부친이 고미술 수집을 하자, 자신은 그 뒤를 이어 근대 미술에 관심을 뒀다고 한다. 좋은 작가를 선택하면, 소품부터 대작까지 맥락 있게 작품을 모았다. 안도 다다오는 “30년 이상 수집해온 미술 컬렉션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인희 고문의 강렬한 열망에 마음이 움직여 설계를 맡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고문의 동생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컬렉션 기증도 같은 뜻이었음을 새삼 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다다오의 설계는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것으로 찬사를 받는다. ‘마인’에 자주 등장했던 워터 가든은 물 위에 본관이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뮤지엄 산 기획·건축에 참여했던 권준성 전 한솔문화재단 팀장은 “다다오에게 편지를 써서 설계를 부탁했던 고 이인희 고문은 부분적으로 수정을 요청할 때도 정중한 표현으로 건축가를 존중했다”고 전했다. 플라워가든 초기 드로잉이 콘크리트박스 100개에 꽃을 심는 백화단(百花壇) 콘셉트였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 정원의 차경(借景)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수정한 것 등이 그것이다. 다다오는 자신의 드로잉에 ‘이인희 양(李仁熙 樣)’이라고 명기함으로써 이 전 고문과 원활하게 소통했음을 나타냈다.

뮤지엄 산의 건물들은 곳곳에 숨은 코드가 있다. 예컨대, 본관 네 개의 윙(Wing) 건물이 사각, 삼각, 원형으로 연결되며 하늘, 땅, 사람의 교감을 상징한다. 사각은 파피루스 온실에서, 삼각은 트라이앵글 코트에서, 원형은 백남준 홀에서 찾을 수 있다.

건물을 이루는 3종의 자연석을 구분해보는 재미도 있다. 벽을 구성한 주황빛 돌은 경기 파주에서 온 것이고, 워터가든의 검은빛 자갈은 충남 서산 해미석이다.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의 둔덕을 빚은 흰색 돌은 원주에서 나는 귀래석이다. 조물주가 빚어놓은 자연석들은 사람이 만든 노출 콘크리트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빛과 공간의 미학을 신비롭게 보여주는 제임스터렐관은 매번 관람객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이 건물도 흔히 다다오 작품이라고 여기지만, 제임스 터렐이 직접 설계했다는 게 뮤지엄 측 귀띔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 건축물이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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