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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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2년 아이들의 두 모습

美아동, 정신건강 이유로 응급실 방문 1년새 30%안팎 증가
병상 부족 등 콜로라도에선 ‘비상사태’ 선포까지

코로나서 완치된 14세 소년, 대학 연구팀에 타액·혈액 제공
우울증 앓던 12세 소녀 “지난 1년 시를 쓰고 노래 만들어”
대면접촉 줄면서 새로운 취미·세상에 대한 관심 늘기도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가장 큰 고통을 겪는 대상은 아이들일지 모른다. 미국에선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아이들의 수가 급증했고 이에 플로리다 아동병원은 소아 정신과 환자 수가 수용 범위를 초과했다며 ‘소아 정신건강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8세 아이까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런데도 희망은 있는 법. 또 다른 아이들은 이 상황을 생각보다 잘 이겨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함과 지혜를 얻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강하지만 아이들은 더 강하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팬데믹을 잘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을 집중 조명했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밖에서 오랫동안 뛰어놀기도 어려운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이런 역경을 꿋꿋이 극복하고 더 강한 아이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 뉴욕에 사는 로만 피터슨(14) 군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후에도 심한 두통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피터슨 군은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 1년간 자신의 타액과 혈액 등을 컬럼비아대 연구팀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는 “머리가 여전히 아프지만 난 내가 ‘행운아’라는 걸 안다”며 “코로나19는 내게 건강 및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사는 샤나야 포카르나(12) 양도 코로나19를 아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부모 모두 확진된 것. 포카르나 양은 “확진된 엄마는 외딴 방에서 앓아누웠고 의사인 아빠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 함께 감염됐다”며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몇 년 더 성숙해졌다. 부모님으로부터 인내와 노력, 헌신, 감사의 미덕을 배웠고 가족,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많은 대면 접촉이 중단된 후 다른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아이들도 있다. 하와이에 사는 애비 로저스(11) 양은 “내 물리적 세계가 작아진 대신 온라인 세계는 더욱 확장됐다. 자연 다큐멘터리 등을 온라인 방송을 통해 보게 됐고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 나의 ‘절친’은 기후변화와 다시마숲, 솜털머리타마린 원숭이 등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는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고기를 적게 먹으며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는 사람이 됐다”며 “일주일에 이틀 가는 학교 교실에 재활용 쓰레기통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재활용 쓰레기통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미 캔자스주 리우드에 사는 미라 매킨스(12) 양은 “지난해 3월까지 나는 심리 상담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불안과 우울증을 치료하려 애썼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는 상담사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만나야 했다”며 “이를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난 1년 대부분 시간을 시를 쓰고 짧은 이야기를 짓고 미래에 대한 나의 희망이 무엇인지 노래를 만드는 데 보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의 빅토리아 핸슨(11) 양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빵 만들기라는 새로운 취미를 개발했다. 6단의 무지개 케이크까지 성공했다”면서 “지난해는 내게 ‘케이크 보스’라는 새로운 별명을 안겨준 해”라고 말했다.

◇여전히 상당수는 정신건강 ‘위험’ 수준…콜로라도 ‘정신건강 비상사태’ = 이처럼 많은 아이가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지만 팬데믹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나는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3∼10월 사이 정신건강을 이유로 응급실을 방문한 5∼11세 아동 비율이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12∼17세 청소년은 31% 증가했다.

특히 콜로라도는 아동병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지난 2년간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수요가 90% 증가했다. 병원에 따르면 매주 3∼4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로 들어오며, 극단적 선택은 현재 콜로라도주에서 10세 이상 아동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이 병원의 병상이 부족해 정신질환 치료를 요하는 아이들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 뉴욕 등까지 가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재키는 “지난 1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아이들을 치료해왔다. 가장 어렸던 환자는 8세로, 그 소녀는 살아남았지만 다른 몇몇 아이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재키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대부분 아이가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과다 복용한 아이들”이라며 “그들 중 일부는 아직도 심각한 간 손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아동병원의 수석 심리학자 헤더 후스티 박사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것과 같다”며 “어린이들에게는 고통이 끝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들은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인생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 ‘이게 내 인생이구나. 더 기대할 게 없구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최근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등교 정상화 등이 이뤄지면서 또 다른 압박감이 아이들을 짓누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콜로라도 아동병원의 아동 심리학자 제나 글로버 박사는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 지난 1년간 놓친 모든 것을 만회하려 노력하면서 올가을 아이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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