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음사 ‘쏜살문고’로 첫 도전
인간실격·무진기행에 새 표지
동네책방용 4000부 판매달성
출판사 기본 마케팅으로 자리
특정 서점 위한 에디션 제작도
북토크·북클럽 등 소통 확장
과도한 출간 피로·부담 늘어
‘표지갈이 불과’ 부정적 인식
수익과 신념사이 ‘딜레마’도

◇“오프라인 독자는 특별합니다”…‘쏜살문고’가 쏘아 올린 동네책방 에디션의 가능성=동네서점 에디션의 시작은 2017년 민음사의 ‘쏜살문고’ 시리즈로 나온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동네책방만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표지를 입은 두 책은 오프라인 서점 활성화, 출판사와 서점의 상생이라는 명분 덕에 주목받았고, 무엇보다 한정판으로 독자들의 소장 욕구,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처음에 2000부를 인쇄했는데, 예상보다 열렬했던 시장 반응에 추가 인쇄에 들어가 4000부의 판매량을 올렸다. 신간도 베스트셀러도 아닌, ‘고전’으로선 이례적이었다. 민음사 마케팅부 조아란 차장은 “대형 서점이 아니라도 ‘된다’는 가능성, 새로운 시장에 대한 희망을 동네서점과 출판사가 함께 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면서 “동네책방 에디션을 보통 200군데 동네서점에 배본하는데, 10권씩만 보내도 2000부다. 뭉치면 작지 않은 규모다”고 설명했다.

◇“우리 서점용으로만 만들어 주세요”…더 특별해진 동네책방 에디션=최근 은행나무출판사는 아나운서 김소영이 운영하는 ‘책발전소’ 요청으로 ‘스페인 여자의 딸’을 이 서점만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2400부 인쇄했다. 이 출판사의 첫 동네서점 에디션인 책은 베네수엘라 젊은 여기자가 사회상을 반영해 쓴 소설로, 해외 문단에서 제법 주목받았으나, 국내선 다소 묻혀 있었다. 이번 책발전소 에디션 덕에 중쇄를 하게 됐다. 묻혀 있던 양서를 발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점 한 곳에 2000부 이상을 판매한 건 문학에선 대형 서점에 견줄 만한 규모로, 특색을 갖춘 동네서점이 출판계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몇천 부씩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작은’ 책방은 손에 꼽히니 대부분의 서점이 책발전소처럼 되는 건 요원해 보인다. 책발전소는 김소영 대표가 직접 고른 책을, 책발전소 에디션으로 보내주는 북클럽을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 여자의 딸’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세미콜론), ‘책의 말들’(유유) 등을 주문 제작해 판매했다.
전국 서점을 독자의 취향에 맞춰 검색해주는 사이트 ‘동네서점’의 남창우 대표는 동네서점 에디션을 책방과 출판사, 독자 사이의 연대와 소통이라고 했다. 남 대표는 “소통은 작은 책방이 생존하기 위한 핵심인데, 단골 독자를 위한 한정판 출시나 북토크, 북클럽 운영은 모두 ‘소통’으로 연결되며, 이를 잘하는 곳이 결국 책도 잘 파는 곳이 된다”고 전했다. 670여 개의 지역 책방이 등록된 ‘동네서점’은 자체 개발한 ‘소통지수’로 책방을 추천해 준다.
동네서점 에디션이 독자와의 소통지수를 높이고, 오프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네서점 에디션이 과도하게 출간돼 피로감과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형 출판사의 ‘동네서점 에디션’이 당장 매출 상승 효과를 주기에 선호하는 책방도 있지만, 작은 책방의 정체성과 취향을 지키기 위해 이를 판매하지 않는 곳 역시 있다. 판매하는 출판사도 수익과 신념 사이에서 어느 정도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 남 대표는 “일종의 ‘표지갈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서점 매출 증가와 상생의 기반이 돼 왔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제 동네서점 에디션을 넘는 다른 방식의 협업과 협력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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