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정책 표준 만들어내는 조은희 서초구청장
‘약자와의 동행 TF’ 최근 신설
행정에 비대면 기술 접목 성과
“학습격차 줄이는 맞춤형 교육
청년위한 부동산 정책 필요”
‘찾아가는 주민센터’ 반영 등
정파 초월해 ‘엄마행정’ 펼쳐
대한민국 정책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여름철에 땀을 흘리며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잠시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앞에 ‘그늘막’을 최초로 선보였고,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절반 인하’라는 국회·정부 차원의 거대 담론을 이끌기도 했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협소해 광역단체·정부 의존도가 높은 기초지자체의 현실 속에서도 지역 밀착형 정책을 계속 내놓으며 전국행정의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 재선 조은희 구청장이 이끄는 서울 서초구 이야기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불었던 강력한 더불어민주당 돌풍 속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야당 소속 단체장으로 당선됐던 조 구청장은 남은 임기 1년의 화두를 ‘약자와의 동행’으로 제시하며 관련 정책을 다듬고 있다.
조 구청장은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단계를 거쳐 종식됐을 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소득 격차와 교육격차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약자를 돌보는 행정에 집중하며 주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이를 위해 최근 ‘약자와의 동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20가지 추진 과제를 정리했다.
조 구청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기존 방역체제를 재편하며 비대면 기술을 행정에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가 있었지만, 일자리감소 등 새롭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생겼다”며 “특히 교육현장에서 원격수업이 주로 이뤄지다 보니 가정형편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크게 벌어져 청년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시행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의 그늘 속에서 약자인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청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을 없앨 새로운 ‘부동산 햇볕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는 지난해 8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절반 인하’를 자체적으로 추진하며 주민들에게 환급 신청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권한대행 체제였던 서울시가 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실제 시행되지는 못했다. 이후 민주당에서 재산세 부담 완화를 당론으로 정하고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 지난 6월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3년간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감면하는 1주택자 특례 조치가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확대 적용된다.
조 구청장은 “정부가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 징벌적 세금정책으로 거래를 틀어막은 결과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청년들의 영끌을 부추긴 셈이 됐다”며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세금 부담을 낮춰주고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105%가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 거래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생애 주기에 따라 점차 넓은 면적의 집으로 옮겨 가는 경우에 한해선 금융기관 대출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주민들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기초단체장으로서 현장 상황을 담아 제시한 ‘햇볕정책’이 향후 채택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조 구청장은 자신의 롤모델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꼽았다. 그는 ‘엄마 행정’을 강조하며 정파가 다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혁신교육’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받아들였다. 사안에 따라 상대 당의 의견도 정책에 반영하는 모습이 메르켈 총리와 닮았다. 여당의 부동산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는 “행정가는 특정 정책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혁신교육의 경우 다른 보수성향 단체장들이 도입을 거부했지만 서초구엔 필요한 지역이 있다고 생각해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세금은 민생”이라고 재차 강조하는 조 구청장에게 3선 출마 여부를 물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22년 6월 1일에 열린다. 4년 전 거셌던 여당 바람 속에서도 당선됐던 조 구청장의 경쟁력과 행정성과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생활행정가로서 주민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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