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박원순표 ‘주민자치회-마을공동체’ 감사 착수

5년간 인건비·운영비 명목으로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에 투입

특정 시민단체 출신 대거 포진
요직 꿰차면서 ‘그들만의 리그’

일부 區 참여율 평균 62% 불과
주민자치 역량은 ‘제자리 걸음’


서울시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마종)를 대상으로 감사를 착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 취지가 퇴색됐다는 점을 꼽는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비보다 중간지원조직 운영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이 중간지원조직 내 요직을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꿰차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주민자치위원회’의 역량을 키우겠다며 도입한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자치 활동을 지원하는 일종의 전문가 집단이다. 시 단위와 자치구 단위 조직으로 나뉜다. 시 단위 조직은 서마종, 자치구 단위 조직은 ‘주민자치사업단’이다.

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314억 원을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투입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투입되는 사업·활동비(288억 원)보다 중간지원조직 운영에 들어간 예산이 더 많았다.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를 위한 예산인데 중간지원조직보다 주민들이 실질적인 사업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나눠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간지원조직에 특정 시민단체(A 연합) 출신 인사가 많이 포진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돼 왔다. A 연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 연합은 서마종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마을’을 주도하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B구 주민자치사업단의 ㄱ 단장은 A 연합에서 교육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며, 그 밑에 단원 ㄴ 씨는 A 연합 자치구지회 사무국장 출신이다. C구 주민자치사업단 ㄷ 단장도 A 연합 부장 출신이며, D구 단원 ㄹ 씨는 서마종 경력자다.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올해만 82억 원에 달한다. 단장은 1인당 연 5137만3000원, 단원은 4075만 원을 받는다. 결국 특정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민자치회 관련 자리를 차지해가며 인건비, 활동비 목적으로 수많은 혈세를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마종 관계자는 “일부 인사들이 이중 멤버십을 갖고 활동할 수는 있지만, A 연합과 ‘사단법인 마을’은 공식적으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위원회’에는 시 예산 지원이 없었지만, 서울형 주민자치회에는 5년간 시비 602억 원이 투입됐다. 늘어난 예산 규모만큼 주민자치 역량도 제고됐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양기열 국민의힘 은평구의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은평구 내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동 4곳의 주민자치회 참여율은 평균 62%에 불과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비대면 회의 참여율까지 반영한 숫자다. 양 구의원은 “주민자치회로 변경되며 얼핏 2배 이상의 인원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6명의 확장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중간지원조직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자치회 회원은 “우리 동에는 골목이 거의 없는데 동 자치지원관은 매년 ‘골목 상권 살리기’ 사업을 하자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며 “이처럼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장에선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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