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5일 발표한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서 금융감독원 실무자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요청했다. 부실 금융감독이 사모펀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당시 금감원 수장이던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전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은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 요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사실 정직, 감봉 등의 각종 징계를 퇴직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은 징계 대상자에게 모욕 이외에는 뚜렷한 타격을 입힐 수 없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인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 수뇌부가 한 일들을 고려할 때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운 좋게 빠져 나가고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실무진만 징계 대상이 된 것은 상식적인 윤리감에 반한다. 윤 전 원장은 2018년 부임하자마자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키코 사태를 다시 들춰내는 등 다른 사안에 조직 역량을 집중시키는 바람에 사모펀드 관리·감독 소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노조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실무자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윤 원장 등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는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 최고위 경영진이 줄줄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부여받은 사실과도 뚜렷이 대비된다. 금감원도 사모펀드 판매 금융회사 제재 과정에서 감독 소홀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은 도외시한 채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말만 되뇌이며 금융회사 최고위 경영진에 대해 각종 징계 결정을 서슴없이 내렸다. 선의를 앞세워 마구 칼질하던 사람이 자신을 겨냥한 정당한 질책의 화살을 유유히 비켜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매우 착잡한 일이다.
유회경 경제부 부장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