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갑자기 회동했다. 두 부처의 정책적 공조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재부와 한은 간의 정책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재부는 ‘돈을 풀려는’ 입장이고 한은은 ‘돈을 죄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한은 두 부처 간의 정책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정책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가 돈을 풀어서 민생 여건을 개선하고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민생 여건이 개선되고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돼 부(富)가 창출돼야 한다. 부를 창출하는 주체는 민간, 특히 기업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잘 만족시켜야 이윤을 얻고 만족시키지 못하면 손실을 보며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래서 기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부가 창출된다.
이와는 달리 정부는 이윤과 손실이라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부 수입의 원천은 이윤이 아니라 조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세를 이용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민간으로부터 자원을 걷어다가 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정부의 지출 행위가 많아질수록 부의 창출이 줄어 경제가 쇠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돈을 풀어서는 민생 여건을 개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다.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정부 예산이 50%나 늘었다. 문 정부 출범 당시 400조 원이던 정부 예산이 올해 두 차례 추경으로 6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말 443조 원, 박근혜 정부 말 660조 원이던 국가부채도 내년에 1000조 원 이상이 된다. 민생이 악화하고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를 탓할 게 아니다.
통화정책도 부를 창출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통화정책을 통해 화폐량을 늘리면 늘어난 화폐량은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를 증가시켜 가격을 올릴 뿐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 실제로 경험했듯이, 금리를 내리고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은 채 주식·부동산·코인 등의 자산가격들을 폭등시켜 왔다. 이제 풀린 돈이 재화와 서비스로 옮겨 가고 있다. 최근 3개월 연속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르고, 2분기 물가상승률이 9년 만에 최고치인 2.5%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돈을 더 풀면 경제적 혼란만 가중된다. 이런 점에서 한은의 긴축정책 방향은 옳다.
확장재정과 통화긴축이라는 두 정책의 공조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다. 민생 여건 개선과 경기회복은 고사하고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지금 가장 바람직한 정책 공조는 재정긴축과 통화긴축이다.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법인세·소득세 등 각종 세금도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한은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가 회복되고 민생이 개선된다. 33조 원이나 되는 2차 추경을 하면서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일은 정말 아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