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나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본격화한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엄정 중립을 강조한 것이다. 당연한 조치다. 역대 정부는 겉치레 말에만 그치지 않고 아예 중립 내각을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 대통령의 그간 정부 운영 및 인사 행태를 볼 때, 지금은 ‘립서비스’로 보인다. 만약 진심이라면 최소한 다음의 다섯 가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바꿔야 한다. 원래 법무장관은 여당 의원이 맡아선 안 되는 자리다. 선거철엔 더욱 그렇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선거 사범은 수사한다. 박 장관은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지인 비위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맡기는 기조 하에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재임 때 추미애 전 장관이 했던 지휘권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다. 둘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행안부 장관은 선거 주무 장관이며 경찰을 관할한다. 전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격렬히 맞붙었다. 지난주 경찰이 3년 전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다. 두 장관은 친문 핵심이라는 점에서 여당 경선, 여야 본선 차원에서 모두 부적격이다.

셋째,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청와대에 앉혀두고 중립성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넷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경질해야 한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공명선거 특보였다고 캠프 백서에 기재됐던 인물이다. 지난 총선 등에서도 그의 중립성 문제가 계속 도마에 올랐다. 다섯째, 여당 중진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바꿔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탈당 및 정치 중립 선언을 해야 한다. 관권선거 조짐도 곳곳에서 보인다. 김 총리는 헌법 제87조에 따라 박·전 장관의 해임도 건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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