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에는 보따리 여러 장이 남아 있다. 판사 시절 퇴근길에 서류 보따리를 챙겨 들던 습관이 국회의원 당선 후에도 남았다. 국회 출퇴근길엔 국정감사 자료를 보따리로 들고 다녔다. 그 모습을 생경하게 바라봤던 여의도 정치권은 ‘보따리 장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요즘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주고받다 보니 전처럼 보따리를 메고 다니진 않는다”면서도 “일거리를 집에 가져가는 습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노트북 사용이 가능해진 요즘은 이동 중에도 언제든지 자료를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다. 부인 이선애 씨와 슬하에 1남 3녀를 둔 그는 “집에선 어차피 내놓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울산시장 재임 시절엔 ‘길 위의 시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말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면서 시정 현장에 몰래 숨어들어 나온 말이다. 부임 후 1년 6개월 만에 지구 세 바퀴를 도는 거리(11만9384㎞)를 이동했다고 당시 울산시가 밝혔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는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정치인”이라며 “국민이나 의원들의 요구가 뭔지 파악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선 여러 지역, 계파,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두루 표를 받았다. 항간에는 옛 친박(친박근혜)계가 김 원내대표를, 옛 비박(비박근혜)계가 권성동 의원을 지원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투표함 뚜껑을 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굳이 계파를 말하자면 무계파, 또는 올(all)계파”라고 자신했다.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이기도 하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해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로 근무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했고, 2003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울산 남구을에서 내리 3선(17·18·19대)에 성공하면서 정책위원회 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요직을 두루 맡았다. 2014년엔 울산시장에 당선돼 행정 경험까지 갖췄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시장에게 패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 길이 어디인지 생각 안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상식이 통하는 나라,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게 내 소임”이라고 정치적 지향점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가 아닌 국민을 계보로 삼는 정치를 하고 싶다”며 “위민정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959년 울산 출생 △부산동고, 서울대 법학 학사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판사 △제6대 울산시장 △17대, 18대, 19대, 21대 국회의원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