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직육면체 구조보다 튼튼
발전 효율도 26%나 높아져
버려지는 원료의 손실 최소화
고온대역서도 내구성 뛰어나
우주항공산업 등에 활용 기대
정육각형 벌집 구조의 3D 프린팅 기술로 열전(熱電)발전기 성능을 확 끌어올린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열전발전기보다 26%나 효율이 좋고 내구성도 향상돼 우주항공 및 자동차 산업의 폐열 재활용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손재성·채한기 교수팀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권범진 교수는 열전소재인 구리-셀레나이드(Cu2Se)를 벌집 형태로 3D 프린팅해 발전기 내구성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전소재로 이뤄진 잉크를 새로 만든 덕분에 3D 프린팅으로 복잡한 벌집 구조를 찍어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6월 1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열과 전기는 서로 호환이 가능한 에너지다. 뜨거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열전발전기라 한다. 열전소재의 양 끝에 온도 차가 나게 하면 음전기를 띤 전자와 양전기를 띤 정공, 즉 전기를 운반하는 전하(電荷) 입자의 밀도 차이가 생긴다. 뜨거운 쪽은 듬성듬성하게, 차가운 쪽은 빽빽하게 전하가 분포된다. 이 불균형은 전위(電位)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를 제베크(Seebeck) 효과라 하고 이를 응용한 장치가 열전발전기다. 거꾸로 전기를 가해 열전소재 양 끝에 온도 차가 발생하는 펠티에(Peltier) 효과의 흡열·발열 현상을 응용한 장치는 냉·온풍기다. 제베크 효과와 펠티에 효과를 합쳐 열전 효과(thermoelectric effect)라고 부른다. 열전 효과를 이용한 열전발전기는 일반 발전기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구동부도 없어 활용성이 풍부하지만 소재의 열전 성능을 높이는 일이 큰 과제였다. 대부분의 열전소재는 태생적으로 다른 소재에 비해 기계적 강도가 낮은 데다, 산업 폐열을 열원으로 활용할 때 기계적 진동 같은 물리적 충격과 열팽창·수축을 견디는 내구성도 떨어졌다. 기존의 열전발전기는 제조 공정의 한계 때문에 소재를 필통이나 책 모양의 직육면체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어 뾰족한 모서리가 외력에 의해 쉽게 손상을 입었다.
이에 연구진은 가운데가 텅 빈 정육면체 모양의 기둥을 빽빽하게 배치하는 벌집 구조로 열전소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자연상태에서 꿀벌들의 집은 남는 공간 없이 소재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외부의 충격에 잘 견디는 효율적인 구조로 알려져 있다. 난제는 정육면체 기둥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구리-셀레나이드 열전소재 잉크를 만드는 신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타깃 소재인 구리-셀레나이드 분말에 기존의 유기물 결합제 대신 합성한 무기물 셀레늄 결합제를 용매인 글리세롤에 녹여 열전 잉크를 제조한 것. 소재의 비율을 잘 조절해 3D 프린팅에 최적화된 점도, 탄성 등 유변학적 특성을 갖도록 했다. 이렇게 찍어낸 벌집 구조의 열전소재는 기존의 상용화된 직육면체 열전소재에 비해 발전 효율이 26%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벌집 모양은 열전소재에 붙은 전극의 열 확산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열이 주변부로 확산돼 온도차가 줄면 열전발전 효율이 낮아진다.
채 교수는 “소재의 전기전도도 같은 물성저하를 방지할 수 있어 다양한 반도체 소재를 3D 프린팅하는 원천기술로도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추승준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벌집처럼 단위 세포를 육각기둥형으로 만들면 외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기계적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본래 이 소재는 고온대역(약 800도)에서 열전 성능이 뛰어나지만 열팽창에 의해 내구성이 쉽게 약화되던 소재”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로 소재의 기계적 물성을 보완하는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고, 버려지는 원료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경량화와 내구성이 동시에 필요한 우주·항공 및 자동차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지원은 삼성전자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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