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광고로 인기얻은 ‘로지’
美활동 디지털 패션모델 ‘슈두’
네티즌과 메타버스 세계 구축
가상인간 윤리적 논란도 가열
“디스토피아 최소화 고민해야”
◇‘사이버 가수’ 아담, 그 후 20년
밀레니엄을 앞둔 1998년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 그가 부른 ‘세상엔 없는 사랑’과 아담이 직접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꽤 인기를 모았고, 2018년 JTBC ‘슈가맨’을 통해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아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으나, 23년이 흐른 지금 대중이 마주하는 가상 모델들은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측은 “3개월간 ‘로지’ SNS를 운영했는데,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였다”며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지는 국내 최초로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로지의 SNS는 약 2만4000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그 안에서 로지는 일반적인 SNS와 똑같이 일상 사진을 게재하고, 네티즌 역시 자연스럽게 댓글을 달고 로지와 소통하며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로지는 영화제작·배급사 싸이더스와 모기업 로커스의 기술로 구현됐다. 로지 외에도 이미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패션모델 ‘슈두(Shudu)’를 확보하고 있다. 영국 출신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든 슈두의 SNS 구독자는 21만 명이 넘는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선두 주자는 SNS 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릴 미켈라(Lil Miquela)’와 가상 뮤지션 ‘버뮤다(Bermuda)’ 등이다. 모델 겸 가수로 활동 중인 미켈라는 흑인 인권 운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포함된 바 있다. 같은 회사인 브러드에서 만든 버뮤다는 2019년 4월 “미켈라가 진짜 사람인 척 행동하고 다닌다”며 그의 SNS 계정을 해킹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런 상황을 엘르와 보그에서 기사로 다루는 등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런 시도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에스파가 각자의 가상 분신을 내세우며 8인 체제로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이버 가수 아담 활동 당시 홍보팀장을 맡았던 정덕현 평론가는 “사이버 캐릭터는 종합 엔터테이너로 활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형태의 상품화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파급력도 큰 콘텐츠”라고 말했다.
◇윤리적·도덕적 문제는?
가상 모델 시장에는 이미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가상 모델 ‘김래아’를 선보였다. 서울에 사는 23세 여성,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김래아(金來兒)는 LG의 다양한 제품을 영어로 소개하며 모델로 활동하는 동시에 자신의 SNS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CES 2020’에서 가상 인간 플랫폼 ‘네온(NEON)’을 공개했고 현재는 ‘삼성걸’이라 불리는 샘이 활동 중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 쇼핑몰 ‘생활지음’의 정교한 온라인 모델이 된 가상 인간 ‘루이’는 한국새생명복지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와 더불어 가상 인간 활용을 둘러싼 윤리적·도덕적 문제 역시 대두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월에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과 차별·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다 인간의 형태에 가깝게 제작된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의 이미지를 활용한 부적절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덕현 평론가는 “가상 인간을 만들 때 너무 완벽하게 구현되면 오히려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에 보다 현실성 있도록 인간적인 질감을 넣어준다. 이를 대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 인간은 결국 프로그래밍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를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려 할지 미지수다. 결국은 인간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윤리적·도덕적 면까지 고려해야 이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디스토피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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