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저널리스트들이 쓴 ‘착각의 쓸모’는 자기기만의 효용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기만과 착각으로 세상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때 현실의 목표에 닿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저널리스트들이 쓴 ‘착각의 쓸모’는 자기기만의 효용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기만과 착각으로 세상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때 현실의 목표에 닿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착각의 쓸모│샹커 베단텀 빌 메슬러 지음│이한이 옮김│반니

“날 20代로 돌아가게 해줄 거야”
비아그라 날개 돋친 듯 팔리고
“타인 돕는다는데 가치 느꼈다”
사기 당한 피해자 되레 행복감

이성으로만 풀리지 않는 삶 속
착각의 이점 실증적으로 설명


착각은 자유라고 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 말릴 수도, 더더욱 그 생각을 바꾸게 할 도리가 없다. 저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리학과 과학의 눈으로 인간 행동을 탐구하는 저널리스트” 샹커 베단텀과 행동과학 분야 저널리스트 빌 메슬러가 함께 쓴 ‘착각의 쓸모’는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사실임을 실증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약은 제약회사의 기만과 환자들의 자기기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개의 의사와 환자들은 익숙한 기존 약보다 “새롭고 흥미로운 약”에 더 잘 반응한다. 두 가지가 “근본적으로 같은 물질”이라 해도 의사와 환자 모두 “의학적 ‘혁신’이라는 선율에 맞춰 유혹의 춤”을 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많은 약을 두고 제약회사와 사용자들이 자기기만의 매개로 ‘시간’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약을 먹는 이유는 아프지 않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비아그라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화이자는 “우리 약은 당신이 시간의 흐름을 멈췄다고 믿도록 속일 의도로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걸 먹는 사람들도 “비아그라는 내가 스물다섯 살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하도록 속여 줄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측이 자기들의 기만과 자기기만이 전혀 기만이 아니라고 믿을 때 효과는 가장 극대화된다. 비아그라가 전 세계 곳곳에서 잘 팔리는 데는 ‘착각’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자기기만에는 이유가 있다. 조셉 제스 엔리케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외톨이였는데, 성인이 되자마자 믿고 의지하던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심장이 약한 아버지도 살날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구원의 빛처럼 펜팔을 발견했다. 일단의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는 와중에 파멜라라는 여성과 이야기가 잘 통했다. 가족에 관한 갖가지 사연이 조셉의 마음을 끌었다. 파멜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끝에 노골적인 성적 판타지를 적어 보내기도 했다. 조셉은 행운의 동전 같은 작은 선물에 대한 답례이자 “애정의 증표”로 돈을 보내곤 했다. 파멜라를 도울 수 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이 조금 더 편해진다는 사실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훗날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다. 조셉에게 편지를 보낸 일단의 여성은 한 사람이었다. 조셉은 1980년대 후반 미국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킨 돈 로리라는 사기꾼이 벌인 ‘사랑의 교회’ 사건 피해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셉은 처벌을 원치 않았다. 조셉을 포함한 몇몇 피해자는 “그 조직만큼 자기에게 돈보다 큰 가치를 제공했던 곳은 없다”고 응답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수많은 착각 속에서 산다. 자기기만이 우리 주위 도처를 맴돌고 있다. 자기기만이라는 말의 부정적 어감과는 달리 저자들은 “우리에게 유용한 사회적·심리적 혹은 생물학적 목적을 달성하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세상은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지고의 선으로만 구성돼 있지 않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 인간관계에 스며 있는 파괴적인 착각과 자기기만을 진실로 극복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야말로 ‘착각은 자유’라는 자기기만과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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