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통과해도 취업난… 韓청년 행복도 OECD 최하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버는 것’이 교육 출발점으로 돼야
꿈 찾아 전문대 유턴하는 학생 느는데 사회인식은 안변해
‘학문연구대학 - 직업교육대학’으로 수평적 재구조화해야
전문대 2·3년제로 제한 등 시대흐름 역행하는 규제 많아
재정지원 일반대 80% 수준… 정부가 수직 서열화하는 셈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으면서 평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교육은 그것에서 출발해야지 우리 자녀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산적한 교육 현안과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 교육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남성희 회장은 우리 시대 모든 어머니의 심정을 대변하듯 이같이 말했다. 이는 현직 대구보건대 총장이면서, 전국 133개의 전문대학 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교육전문가인 남 회장의 교육지론 ‘무한사랑’과도 맞닿아 있다. 학생들을 계속 바라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가지면 올바른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부터 짚었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아동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또 오랜 입시 경쟁 끝에 대학을 나와도 취업난으로 많은 청년이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과 ‘프리터(free+Arbeiter)족’등으로 불리며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 회장은 이러한 교육시스템의 부작용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고등직업교육의 재구조화’다.
―고등교육 재구조화가 무엇인가.
“현행 고등교육 기관을 기능에 따라 학문연구중심 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학문연구중심 대학은 학부 정원 감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직업교육중심 대학은 일반대학 중 희망 일반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 대학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반대학의 국문학과, 영문학과, 철학과 등의 이론학문은 실무중심의 직업교육과 다르다. 직업교육은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변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국가가 적극 개입해 직업교육을 육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정책조차 없다. 결국 직업교육이 분절, 단절되고 있다. 대학을 나온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를 보이고, 청년고용률도 40%로 낮은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등교육 재구조화를 통해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학벌 중심이 아닌 직무능력 중심의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구조화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가.
“전문대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전문대는 일반대 졸업생들이 진출하지 않는 산업현장, 일자리 군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요즘 한창 유명한 K-팝은 실용음악으로 전문화하고 있다. K-푸드는 조리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자동차, 세무, 예술, 보건 등 지난 50년간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재들이 꾸준히 배출돼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과거 제조업에서 현재 콘텐츠, 문화 및 서비스 등으로 산업이 다양해졌을 때 빠르게 대응해 교육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더 빠르고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직업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게 전문대다. 그런데 현재 많은 일반대학이 전문대학과 중복되는 학과를 개설하면서, 대학의 설립목적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다. 대학 서열화 속에서 전문대에 대한 수직적 차별화로 인해 직업교육이 소모적 경쟁에 내몰리는 부작용도 나온다. 전문대가 일반대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또 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문을 닫으면 관련 산업이 주저앉고, 지역경제도 무너지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대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핵심축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전문 직업교육 사례를 소개해달라.
“이름에서 잘 알 수 있다. 자동차 하면 아주자동차대, 대림대 자동차학과가 굉장히 유명하다. 또 청강문화산업대는 문화 콘텐츠에 강하다. 애니메이션스쿨, 만화콘텐츠스쿨, 푸드스쿨 등이 유명하다. 한국영상대는 영상촬영을 가르쳐 특화돼 있다. 많은 이가 잘 알고 있는 서울예술대는 한국 방송인과 연기인의 산실이다. 그리고 대구보건대는 보건의료분야로 특화돼 있다. 이런 성공한 전문대는 일반대와 경쟁할 때 경쟁력이 굉장히 강하다. 전문대에 오는 학생 중에서 학문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전문직업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전문대에서 성공한 인물은 누가 있나.
“요즘 정말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가수 임영웅만 하더라도 경복대 실용음악과 출신이다. 그리고 서울예대 출신 연예인은 엄청 많다. 협의회에서 서울예대 출신 유재석 씨에게 상을 수여하려고 했는데, 훌륭한 선배가 너무 많다면서, 신구 선생님이 받으시면 그다음에 받겠다면서 고사한 적도 있었다. 또 네이버 웹툰의 작가 70%가 청강문화산업대 출신이다. 성공한 인물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전문대 인력을 흔히 접할 수 있다. 병원을 예를 들면 처음 가서 원무과에 접수할 때 보건행정과 출신을 만난다. 이어 체온과 혈압을 재는 간호사, 채취된 소변이나 혈액은 임상병리사에게 맡겨진다. 또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는 방사선사의 도움이 필수다. 의사가 진단하고 난 뒤에도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많다. 이처럼 상당수 실업률을 메꾸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대 출신들이다. 2019년 기준 전문대 취업률(70.9%)과 일반대 취업률(63.3%) 격차는 7.6%포인트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직업교육 진흥원을 만들어서, 진흥을 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정책이 규제 일변도라 답답하다.”
―무슨 규제가 있나.
“전문대를 2년제, 3년제로 제한한다는 거 자체가 규제다. 간호전문대의 경우 이미 4년제다. 그런데도 아직도 교육기관으로 전문대, 일반대를 가르고 있다. 전문대 간호학과는 일반대 간호학과와 같이 4년이고 간호평가 인증 기준도 모두 같다. 그런데 재정지원은 일반대의 80% 수준이다. 산업화 시대의 직업교육에 있어서는 4년 또는 석사 등의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2년, 3년제 등 수직적으로 보는 게 안타깝다. 직업교육에 따라서 1년, 6개월 등 단기과정도 있을 수 있다. 전문대가 일반 종합대학으로 가려는 게 아니다. 직업교육과 연구학문교육 등 수평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왜 여전한가.
“학벌주의가 너무 팽배하다. 예로부터 과거를 봐 벼슬에 올라야 하고,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서울대를 가서, 사법시험 또는 행정고시를 봐야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시대는 그게 맞는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꿈꾸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젊은이가 꿈과 끼를 살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일반대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입학하는 유턴 학생도 많아졌다. 우리 학교(대구보건대)에도 서울대에서 스포츠체육학과 석사까지 하고 물리치료과에 입학한 학생이 있었다. 트레이닝을 위해 근육을 알아야 해서 왔다고 했다. 2020학년도 유턴 입학생은 1만268명으로 전년보다 2000명 가까이 늘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꿈과 전공을 다시 찾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재정 등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이렇게 변해가는 데도 여전히 부모나 사회적 인식이 전문대를 차별하고 있다. 전문대 출신을 팀장급 이하로 분류하는 승진규정 등이 아직도 남아 있는 직장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
―전문교육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게 또 있나.
“재구조화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초·중·고등은 지방재정교부금법으로 국세의 일부를 지원하게 돼 있다. 전문대와 일반대는 그런 게 없다. 전문대는 대부분 사립대인데, 왜 지원이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산업 인력을 위해 필요하다. 독일 등 외국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다 실습하지 않는다. 학교에 와서 2∼3일 이론을 듣고, 바로 산업 현장에 가서 일정 금액의 돈을 받으면서 실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 학교에 모든 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즉 현장이 빠르게 바뀌면 필요한 기자재를 모두 다시 설치하고 구매해야 한다. 일반대의 인문학 교육 과정에 고가의 기자재가 요구되지는 않지 않나. 전문대에 대한 재정 지원은 시급하다.”
남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에 대해 반겼다. 직업교육 관련 기능이 고용노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 회장은 “모든 분야에서 귀하지 않은 직업이 없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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