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관련 건의도 배제돼
재계 “기업인 과잉 처벌 우려”
9일 발표된 정부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는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동안 재계가 건의했던 사안들이 대부분 배제됐다. 경제단체들은 특히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모호했던 부분들이 시행령을 통해 세세하게 구체화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향후 현장에서 발생할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한국무역협회 등 5개 단체가 지난 4월 공동으로 정부에 제출됐던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 건의서에 담긴 내용 가운데 실제로 반영된 것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와 관련, 정부는 “급성 질병이면서 인과관계 명확성과 사업주 등의 예방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에 대한 기준을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명시해달라는 재계 요청은 반영되지 않았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열사병이 추가되는 등 오히려 직업성 질병 범위가 확장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시행령에 명시된 질병의 경우 여전히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인과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안전보건 교육 등과 관련된 건의도 대부분 ‘묵살’됐다고 경제단체들은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고, 법률에서 위임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이 추상적이면 시행령에라도 구체화해야 하는데, 시행령이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교육 이수 의무 및 과태료 부과와 관련, 위반 횟수에 따른 차등 부과는 반영됐지만 교육이수 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의무 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해달라는 건의는 무시됐다. 임 본부장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가 무조건 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가 조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해 왔으나, 이것도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제정 취지를 정당화하고 시행 실효성을 높이려면 ‘진짜 현실’에 밀착한 개선, 보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이근홍·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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