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사 결과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글로벌 경쟁격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0곳 중 6곳은 마진율 감소를, 5곳은 시장점유율 하락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에 가려진 수출 기업들의 ‘3중고’를 직시해 연구개발과 미래투자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17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외 경쟁강도가 ‘격화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이 79.3%에 달했다. ‘약화추세’이라 답변한 기업은 15.3%에 그쳤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요인으로 ‘경쟁기업의 증가’(61.3%·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시장성장세 둔화’ 46.4%, ‘기술혁신 가속화’ 34.7% 등을 꼽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경쟁하는 기업이 속한 국가로는 ‘중국’(42.3%), ‘미국’(26.0%), ‘일본’(20.3%), ‘EU’(18.3%) 순으로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호조에도 이처럼 글로벌 경쟁격화의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포스트 코로나로 점차 본격화되는 국제경쟁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요국의 신산업 선점경쟁이 가속화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양적완화 축소, 탄소세 부과 등 새로운 도전과 미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작용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경쟁이 격화되고 가격인상은 어려워지면서 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응답기업 중 최근 ‘마진율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은 64.0%였다. ‘시장점유율 하락’을 호소하는 기업도 48.3%로 절반에 육박했다.

실제로 원가상승을 수출가격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6.3%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는 정도는 전부반영하는 기업은 9.2%에 그쳤고, 부분반영하는 기업이 68.5%,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도 12.2%로 조사됐다.

기계장치 제조 A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가가 오른 만큼 수출가격에 반영하려고 해도 해외 발주처에서 거부감이 크고 수용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원가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는 잘해야 30% 수준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전자부품 수출 B사 관계자는 “주력제품의 수요처가 몇 군데로 정해져 있고 가격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원가인상을 전가하기 쉽지 않다”며 “지금처럼 원자재가격이 급격히 뛰면 다른 경비를 줄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어 여유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위한 과제로 ‘기업간 및 부문간 협업네트워크 구축’(35.3%)을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이어 ‘우수인재 양성’(23.7%), ‘통신·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인프라 확충’(15.0%), ‘데이터·신기술 활용 등의 혁신여건 조성’(14.7%), ‘규제개선’(11.3%)의 순으로 꼽았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디지털화·친환경 등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데 경쟁격화와 마진감소, 신제품출시 등으로 기업의 연구개발과 미래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차세대 통신·데이터·에너지 인프라투자 확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펀딩관련 규제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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