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범 산업부 차장

경쟁 당국이 최근 ‘삼성웰스토리(급식)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5곳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2349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과연 최상의 식사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을 부당 지원의 틀로만 재단할 사안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법원의 제지를 받는 검찰과 달리, 언제나 맘만 먹으면 기업을 털 수 있는 막강한 ‘현장 조사’ 권한을 휘둘러온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삼성조차 법적 대응 방침을 공식화할 정도다. 이번 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업의 핵심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통합(SI)이나 대동맥 역할을 하는 물류 등을 두고 다시 한 번 공정위가 ‘칼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의 과오를 참작해 삼성을 상대로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는 공정위에 박수를 쳐줘야 할까. 속사정을 보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대형 극장을 운영하면서 매점 운영권을 특수관계인에게 내준 것과 같은 악질적인 사안으로 볼 수 있다면 가차 없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독점적 시장 지위를 악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유발하고 특수관계인의 호주머니만 챙긴 전형적인 불공정·반시장 경쟁 행위와는 누가 봐도 차원이 다르다. 웬만한 식당보다 질이 좋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반응을 공정위가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까. 더욱이 이번 사안은 애플코리아에 취한 공정위의 잣대와 전혀 달라 역차별 논란도 불렀다. 공정위는 애플 건에 대해서는 2년 가까이 심의한 끝에 1000억 원의 규모의 ‘동의의결’(자율 시정 제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보다 2배 수준의 상생기금 마련을 뼈대로 한 삼성의 동의 의결 신청에 대해서는 며칠도 안 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대목에서 공정위가 정말 공정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 고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기소율은 반 토막 난 상황이다. 2016년만 해도 50여 건이었던 고발 건수는 2019년 80여 건까지 늘었으나 정작 검찰이 수사 후 기소한 비율은 같은 기간 70%에서 3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5년 동안 패소율(일부 패소 포함)은 20%를 넘어섰고, 공정위가 되돌려준 금액은 1조 원을 웃돈다. 오죽하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기업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불복 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40%에 이르겠는가.

‘원님 식 심판’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심판은 법원 1심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직접 수사하고 판결까지 내리는 전 근대적인 ‘원님 재판’과 다르지 않다. 부당지원 건의 경우 기업집단국이 조사하고 전원회의(상임위원 5명+비상임위원 4명)에서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 이 가운데 상임위원 3명은 공정위 고위 간부 출신이 차지한다. 더욱이 위원장이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을 제청해서 선임하는 구조다. 전근대적 ‘거버넌스’ 구조가 과잉 제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0년 동안 공정 경쟁 촉진을 모토로 삼아온 공정위가 정말 공정한지 물음을 던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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