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 부수공사를 향후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마 대개는 이름도 낯설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ABC는 ‘발행부수공사제도’로, 언론사의 발행 부수나 수용자 크기를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정확한 구독자 통계자료를 조사·제공해 광고시장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ABC협회’의 신문발행 부수 검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광고에 부수 검증 결과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고, 지역신문발전기금 같은 보조금 지원 대상 기준에서도 빼겠다고 한다. 대신 일간지·주간지에 대한 열독률(지난 1주일간 한 번 이상 구독한 신문)과 정기구독률 조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체의 사회적 책임성을 포함시켜 정부 광고 및 지원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ABC는 신문사들이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발행 부수를 부풀리는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발행 부수를 편법으로 부풀려 보고한 언론사와 이를 방기한 협회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ABC를 정부 광고나 지역신문발전기금 같은 지원 사업과 연계 운영해온 제도적 결함이 낳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출범했지만, 민간 자율 기구로 오랫동안 많은 언론사가 검증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2009년 검증에 참여한 신문·잡지에만 정부 광고를 우선 배정한다는 조항이 정부광고훈령에 포함되면서 참여 회원사가 287개에서 현재 1591개사로 급증했다. 더구나, 민간 광고가 급감하고 정부 광고 의존도가 커지면서 ABC 부수 검증 결과는 언론사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실제 언론진흥재단이 대행하고 있는 정부 광고 매출액은 연 1조 원이 넘는다.

제도를 정상화하기 위해 지원 정책과 연계해서 운영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정부 지원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바로 여기에 ABC가 정부의 언론 통제 매개체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신문·잡지사들은 정부 광고나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검증 객관성과 투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행부수검증 제도의 본질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구독자 크기를 표본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조사분석이란 전수조사가 아닌 한 표본오차를 전제로 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면 결과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구독자 크기를 표본조사 그것도 비율로 대체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고, 더구나 열독률 같은 변수는 주관성이 개재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사회적 책무 같은 변수들까지 핵심 지표에 포함시킨다면 발행부수 조사의 본래 취지는 완전히 소멸되게 된다.

한마디로 발행부수 통계는 미디어 시장 투명성 제고라는 목적에만 활용돼야 한다. 시장조사 자료를 정부 지원 사업의 조건으로 이용하면 오용·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구나 정량적 조사 결과가 아닌 사회적 책무 같은 비정량적 잣대들까지 포함시킨다면 더욱 그렇다. 라디오 매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TBS 광고 상당수가 정부 광고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역시 정부의 언론 순치나 통제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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