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교양서 ‘이토록…’ 출간 김수영 前 출판문화진흥원장
피타고라스 “지혜 소유자는 神
인간은 지혜를 사랑하는 존재”
라파엘로의‘아테네 학당’ 통해
고대 그리스 철학의 풍경 살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중시
플라톤은 이상주의…師弟 대비
2018년부터 3년간 국내 유일의 출판 관련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이끈 김수영(한양여대 교수·사진) 전 원장이 철학 교양서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청어람e)을 펴냈다. 지난 10일 퇴임 직후 출간한 책은 피타고라스부터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제논 등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과 개성을 그림 속 상징과 은유를 매개로 설명한다.
독일에서 플라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원장은 12일 서울 문화일보에서 “철학은 지혜의 결핍을 고통스러워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수(數)의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사상을 빌린 정의다. 수학자로 널리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사실 철학을 의미하는 단어 ‘philosophy’를 만든 학자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피타고라스는 ‘나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는데,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가 ‘philosophia’였다. 그렇다면 지혜에 대한 ‘사랑’과 ‘결핍’은 어떻게 연결될까.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은 ‘지혜로운 사람들(sophoi)’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그런 정의를 거부했어요. 지혜로운 이는 오직 신(神)뿐이고, 유한한 인간은 진리를 소유할 수 없고 오직 진리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철학자다’라는 말은 ‘나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과 같습니다.”
‘아테네 학당’ 정중앙에 배치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그림에서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있다. 김 전 원장은 “각각 ‘이상’과 ‘현실’을 중시한 두 철학자를 표현한 것”이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였으나 스승의 ‘이상주의적 지향’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자신만의 ‘현실주의적 도덕철학’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플라톤이 완전무결한 ‘이데아’를 상정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문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해법은 없으며, 정답이 없는 곳에서 올바른 답을 생각하는 학문이 철학이라고 봤습니다.”
화제를 돌려 진흥원장 재임 기간의 성과와 아쉬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저자 지원, 우수 도서 지원, 해외 수출 지원 등 ‘책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앞으로의 문화 정책은 ‘콘텐츠 생산’보다는 ‘소비와 향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주적 질서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며 “지식 전달을 넘어 토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은 민주적 질서를 갖추는 데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책을 둘러싼 시민들의 ‘주체적 활동’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소비와 향유는 곧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첩경”이라고 덧붙였다.
9월 출범 예정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관련해서는 “전산망에는 출판사뿐 아니라 유통사, 국립중앙도서관, 각급 학교 등 광범위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내 거냐, 네 거냐’는 식의 접근보다 출판계와 정부가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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