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원떡집 찹쌀떡, 쌍개피떡, 약식, 잣설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원떡집 찹쌀떡, 쌍개피떡, 약식, 잣설기.

‘비원떡집’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는 일은 현대사회 전반에 걸친 고민 중 하나입니다. 지난 몇 년간 일 관련 출장으로 자주 방문했던 일본 교토(京都)의 경우 대를 잇지 못해 폐점을 앞둔 전통 음식 또는 공예점 등의 안타까운 뉴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는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드는 공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어 사업 자체를 공장화하거나 규모를 축소해 운영하는 양극단의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제빵 산업도 점차 공장화하고 있어 손으로 만든 반죽을 구워내는 빵집들이 점점 희귀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인계와 더불어 기술 공정의 현대화를 받아들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늘 고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70년 전통의 궁중떡을 만드는 ‘비원떡집’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희순 상궁의 기술이 전수돼 3대째 그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조용히 가회동으로 이전한 비원떡집은 1949년에 첫 문을 열었습니다. 저와는 10여 년 전 윈도 베이커리 컬렉션 행사를 통해 인연을 처음 맺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안상민 대표의 첫 이미지와 모든 공정을 손으로만 만들어 내는 비원떡집의 단아한 분위기가 자아내는 모순적인 느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모든 가족이 모여 매일 새벽부터 진행되는 작업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매장에서 카운터를 보는 일상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원떡집은 매일 만드는 제품이 모두 판매되면 조기 마감을 합니다. 보통 인기 제품인 두텁떡과 쌍개피떡의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서둘러 방문하기를 추천합니다. 다량 주문이나 이바지떡은 일정을 여유 있게 두고 주문하면 휴일인 일요일에도 픽업이 가능합니다. 화려한 색을 사용하거나 기교를 부린 것이 아닌 단아한 모양새와 차분한 비원떡집만의 품격은 간판조차 없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매장 안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두텁떡은 ‘봉우리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긋한 유자향과 대추, 석이버섯, 호두, 팥, 유자, 잣, 밤 등 최고급의 국산 재료를 켜켜이 쌓아 봉우리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궁중의 떡으로 고종이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저의 ‘픽(pick, 선택)’은 두텁떡과 함께 꼭 집어야 하는 2개의 아이템입니다. 거피팥소를 넣어 만들어 거피떡이라 불리는 쌍개피떡은 멥쌀로 만든 떡을 치대어 탄력을 붙인 후 밀대로 얇게 밀어 펴 만듭니다. 그 반죽의 끝부분을 눌러 반달 모양을 만든 후 2개를 맞붙여 입술 형태로 완성합니다.

비원떡집은 젊은 나이에 아버지 일을 이어받아 경영과 생산 전반을 맡아 오고 있는 안 대표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융합된 대표적인 전통 궁중떡집입니다. 좋은 일, 잔치에만 대량으로 주문해서 나눠 먹던 떡이라는 이미지를 낱개 포장으로 바꾼 후 디저트의 개념으로, 차담 자리의 다과로, 작은 선물로 건넬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죠. 전통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비원떡집이 그 맥을 잃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무척 반갑고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3-1 1층

02-765-4928

월∼토 오전 10시∼오후 6시(제품 소진 시 조기 마감)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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