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가뭄이 현실화되면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마포구민체육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코로나19 백신 가뭄이 현실화되면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마포구민체육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6월 초 ‘델타 확산 경고’ 무시
‘방역조치 완화’ 안일하게 대처
백신 선점 못한 영향 계속 돼
‘성숙한 시민의식’ 희생만 강요
정부, 내달 중순 2331명 추계


13일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일주일째 1000명대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4차 대유행에 대한 ‘오판과 책임’은 가린 채로 또다시 “K-방역의 핵심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시민들의 책임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변이 중에서 우세종을 차지하면서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는 백신 가뭄으로 시민들을 옥죄는 4단계 조치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지역발생 1097명, 해외유입 53명 등 115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새로 늘면서 우리나라는 7일째 1000명대 확진자 발생 국면을 맞고 있다. 또 최근 1주간 확진자 접촉이나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환자 비율이 80%에 이르고, 델타 변이가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의 63%를 차지하는 등 앞으로의 확산세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4차 대유행 위기에는 정부의 판단 오류가 작동하고 있다. 정부는 각종 조치를 완화한 거리두기 개편안에 몰두해 6월 초순 전후로 나타난 델타 변이의 확산 조짐 등 경고 신호를 무시했다. 변이 확산 우려에 대해 계속해서 “아직 초기 단계”라며 막판까지 7월부터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이는 수도권 델타 변이의 검출률이 6월 2주 2.8%에서 7월 1주에 26.5%까지 치솟게 하는 등 4차 대유행을 불러온 ‘오판’으로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기회가 있을 때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선점에 나서지 않은 영향이 결국 계속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4차 대유행 진입 이전에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했다면 현재와 같은 초고강도 방역 조치로 국민적인 고통이 초래될 이유도 없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다시 확진자가 줄어들 때쯤 공급이 원활해지는 백신과 함께 정부의 덕으로 돌리고, 만약 환자가 줄지 않으면 시민들의 책임감을 문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뒤늦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향후 예상되는 확진자 발생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준수를 호소했다. 정 청장은 “8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가 2331명까지 증가한 후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며 “다만 수도권 4단계 시행 효과로 전파 확산이 강력하게 통제될 경우 향후 2주 정도 현 수준의 증감을 유지하다 8월 말 무렵 600명대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K-방역의 핵심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4단계를 짧고 굵게 끝내고 백신 접종 확대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4단계 조치 2주만으로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백신의 공급이 다시 원활해지는 시점 자체가 약 2주 뒤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2주간의 고강도 조치만으로 사태를 짧고 굵게 끝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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