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사이다 화법’ 자제하고
비판 쏟아져도 정면 대응 안해
본선 겨냥해 중도층 포용 전략
“자칫 자충수 될 우려” 분석도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통령선거 주자인 이재명(사진) 경기지사가 연일 특유의 ‘사이다’ 화법을 자제하며 로키(low-key)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당내 경선을 넘어 본선까지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지사 측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상승세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직설적인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이 지사의 ‘고구마’ 화법 고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反) 이재명 연합의 집요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13일 공식일정 없이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오후엔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책을 설명했다. 이 지사 캠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만큼 경선보다 도정을 챙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 날(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도 플랫폼 공정 경제 국회토론회’도 다음 달로 연기했다.

공개 일정 최소화와 함께 언행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과격한 발언으로 선명함을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쟁자의 날 선 비판에도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1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 결속이 아주 단단해야 하고, 소위 중도와 보수 영역으로 진출해서 50%를 넘겨야 이기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이 지사에게 우호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7월 1주차(5∼7일)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지사는 중도층으로부터 26%를 받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20%)을 6%포인트 앞섰다. 한국갤럽도 비슷한 흐름이다. 7월 1주차(6월 29일∼7월 1일) 조사에서 이 지사는 전체 평균은 24%로 윤 전 총장(25%)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중도층에선 24%로 23%를 받은 윤 전 총장을 제쳤다. 이 지사를 돕는 수도권 한 의원은 “이 지사라고 경쟁자를 공격하고픈 마음이 없겠는가”라면서 “경선보다 본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꾹 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경선 연기 주장까지 다시 제기되면서 이 지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연예인 스캔들’에 대한 경쟁 후보들의 집요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여성 유권자 지지율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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