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에서 쿠바 망명자들이 쿠바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는 가운데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에서 쿠바 망명자들이 쿠바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쿠바서 27년만에 대규모 시위

“쿠바 정부, 탄압·폭력 자제를”
유화모드 접고 ‘강경 메시지’

중남미 불법 이민시도 증가와
‘아이티 대통령 암살’ 등 이슈 속
바이든 행정부 향후 행보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쿠바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미겔 디아스카넬 정권에 대해 폭력진압 자제를 경고했다. 중남미 불법 이민시도 증가와 아이티 대통령 암살, 쿠바 반정부 시위 등이 잇따르면서 중남미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쿠바 국민은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런 시위를 오랫동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은 쿠바 국민의 보편적 권리 주장을 굳건히 지지한다”며 “우리는 쿠바 정부에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나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성명을 통해 “권위주의 정권의 수십 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쿠바 국민의 메시지를 지지한다”며 “평화 시위를 하고 자유롭게 미래를 결정할 권리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쿠바 정권에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게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 긴장 완화를 추진했던 것과는 차이를 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쿠바 제재 강화 등 강경책이 쿠바 국민에게 피해만 주고 민주주의·인권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정책 폐기를 약속했지만 취임 후 관계 정상화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전 공약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쿠바 강경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이번 반정부 시위에 서둘러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을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쿠바계 미국인이 밀집된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대선에서 쿠바 사회주의 정권을 압박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최근 대통령 암살 사건이 벌어진 아이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 주말 상황을 평가하고, 지원을 제공할 지점을 결정하기 위해 고위급 전문가 조사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아이티 측의 미군 파병 요청에 부정적이었던 당초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흐름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아이티 미군 파병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정부 합동조사팀이 어제 귀국했으며 오늘 아침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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