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가 영국을 상대로 승리하자 이탈리아 소셜미디어(SNS)상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밈’이 여럿 게시됐다.  트위터 캡처
12일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가 영국을 상대로 승리하자 이탈리아 소셜미디어(SNS)상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밈’이 여럿 게시됐다. 트위터 캡처
“하나 된 유럽이 英 이겼다”
다른 EU 회원국도 伊응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이 치러진 12일 새벽.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영국팀의 마지막 승부차기 슈팅을 막아내면서 승리를 확정 짓던 순간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경제학자로 한때 이탈리아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카를로 코타렐리는 트위터에 대문자로 이렇게 썼다. 코타렐리는 이번 결승전에서 영국을 꺾은 이탈리아의 승리를 브렉시트와 연결지은 ‘EU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 이날 이탈리아 내 각종 SNS는 ‘브렉시트가 마침내 완료됐다’는 내용의 밈(meme·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가득 찼다. 이탈리아 정치인으로 2019년부터 유럽의회에서 일해 온 알레산드라 모레티는 트위터에 “하나 된 유럽이 브렉시트한 영국을 이겼다!”고 썼고, 스페인·폴란드 등 다른 EU 회원국 소속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탈리아를 응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이탈리아 축구팀 유니폼 상의를 들고 있는 모습을 게시했다. 이 유니폼에는 영국의 탈퇴로 줄어든 EU 회원국 숫자를 나타내는 ‘27’이 적혀 있었다.

프랑스·독일·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와 함께 EU 창립 멤버였던 이탈리아로서는 EU를 탈퇴한 영국에 대해 “정치적 원한을 품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재임하며 유럽 재정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유로의 구원자’라는 평가를 받는 등 EU 체제의 실효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대통령 관저 퀴리날레 궁전에서 축구팀을 직접 맞이하며 “당신들이 우리를 유럽의 중심에 놓았다”고 칭송했다. 이날 수도 로마 거리에는 수만 명이 ‘해피 브렉시트’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쏟아져 나왔고, 영국식 2층버스 위로 올라가 전자담배를 피우는 등 “영국은 EU에 쓸모없는 존재”임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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