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땐 유출자 색출·징계
인권보호관 진상조사 필수로
일각 “의심만으로 검찰發 단정
정권 불리한 보도 막으려는 것”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를 내놓으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 보도되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함께 언론 기사 통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현 정권에 불리한 수사 관련 정보가 흘러나가는 걸 막기 위한 ‘검찰·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 방점은 피의사실 유출에 맞춰져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6월부터 검찰에서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 전 총리 모해 위증 관련 언론 보도가 크게 증가한 것 등을 근거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기소 전 단계별로 나눠 예외적 수사 공개 범위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또 규정 속 공개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설할 수 있는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표현도 정비하기로 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이나 n번방 사건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 등으로 구체화해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건 관계인(피의자)의 피의사실 공표 내용에 대한 반론권(이의제기권)을 도입, 피의사실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피의자나 변호사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발 언론 유출이 확인된 경우 인권보호관이 필수적으로 진상조사를 해, 감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신설했다. 법무부는 이같이 규정을 손보면 국민의 알 권리를 높이면서 사건 관계자의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권력 수사 입막음용 규정을 제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법무부는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이 각각 이슈화된 시점부터 3개월간 2937건, 1653건 언론에 보도됐다는 단순 숫자를 끌어와 규정을 고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합동감찰에서 검사가 수사 상황을 유출한 걸 확인한 것도 아닌데, 의심만으로 이를 검찰발로 단정한 꼴”이라며 “결국 현 정부에 불리한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동감찰 결과 발표”라고 지적했다. 권력수사 후 좌천돼 검찰을 떠난 한 변호사는 “이번 합동감찰 발표 내용만 보면 마치 수사팀이 언론에 정보를 모두 유출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애초부터 현 정부에 대한 불리한 수사정보가 보도되는 것을 막는 게 합동감찰의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력수사 수사팀이 언론에 수사내용을 흘린 정황이나 객관적 증거를 확인했나”란 기자들 질문에 이날 박 장관은 “강력한 ‘추정’을 갖고 이 자료에 담았다”고 답했다.
윤정선·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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